2022/06 11

[세계단편소설]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등대지기"_그를 깨운 것은?

등대지기가 되면 어떨까요? 등대지기가 등대를 켜고 끄는 일만 한다면 일 자체는 참 쉬운 일입니다. 정말 별일이 아니죠. 시간에 맞추어서 등대를 켜고 시간이 되면 등대를 끄기만 하면 될 일입니다. 만약 이 정도 일을 하고 적당한 급여를 받는다면 이것보다 더 쉬운 일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홀로 지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일의 강도를 생각하면, 그리고 바닷가에 갔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세상과 나를 잊고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기회가 오는 것..

세계단편소설 2022.06.30

[세계단편소설] 토마스 만 "묘지로 가는 길"_말이 터졌다

토마스 만(1875~1955)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독일 북부 뤼베크에서 태어난 토마스 만은 20세기 최고의 독일 작가로 추앙받는 사람입니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두 권으로 나누어져 나와 있는데 읽어 보진 못했습니다. "묘지로 가는 길"은 주인공인 피프삼이 가족들이 묻혀 있는 묘지로 가는 길에 생긴 일을 서술한 작품입니다. 사실 아무 일 없이 갈 수도 있었는데 피프삼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청년에게 시비를 겁니다. 이 길은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길이라고 고발하겠다고 하죠. 그러나 청년은 대충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그러자 피프삼은 뒤따라가서 안장을 잡습니다. 청년은 피프삼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한 ..

세계단편소설 2022.06.29

[세계단편소설] 프란츠 카프카 "변신"_슬퍼하는 이가 없어서 슬프다

카프카는 대표적인 실존주의 소설가이다. 솔직히 실존주의라는 범주가 너무 넓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존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실존주의 작가라고 하니 그대로 받아들여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실존주의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런 게 실존주의구나'라고 알게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카프카는 1883년에 태어나서 1924년에 죽었다. 독일 사람이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는데 재학 중에 소설가로 변신했다. 부유한 유대 상인이었지만 독일 사람이기도 했던 카프카는 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불안과 소외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불안과 소외가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삶 자체가 실존주의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

세계단편소설 2022.06.28

[신학노트] 하나님의 형상_밀리오리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다니엘 밀리오리 "기독교조직신학 개론" p.253-257 다니엘 밀리오리의 은 조직신학의 입문서로 널리 사용되는 책입니다. 밀리오리는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단순히 신학적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이론만 제시하면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당황스럽거든요.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밀리오리는 자신이 추천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리오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다섯 가지로 설명합니다. 1.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신체가 하나님과 닮아 있다. 2.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이성 안에 존재한다. 3. 하나님..

신학자의 노트 2022.06.27

[세계단편소설] 헤르만 헤세 "나비"_가루가 된 나비

헤르만 헤세가 쓴 "나비"는 나비 수집하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쓴 소설이라서 주인공이 '나'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장편 소설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 소설은 아주 그렇지 않습니다.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나 뜬구름 잡는 대화 없이 일어난 일을 묘사하고 주인공의 기분이나 감정도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분명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기억이 났습니다. * 한 줄 줄거리 나비 채집을 좋아했던 나는 에밀의 점박이 나비를 탐내서 그것을 훔쳤다가 결국 되돌려 놓고 고백했지만 에밀에게 상처를 받고 나비 채집이라는 취미를 그만둔다. 소설 속 나는 에밀이 채집한 점박이 나비를 탐냈습니다. 그런데 나는 에밀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죠. 왜냐하면 에밀은 나비를..

세계단편소설 2022.06.21

[한국단편소설] 김소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1997)_어른이 된다는 것

제목이 판타지 소설 같습니다. 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를 발견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항아리의 요정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며 글을 읽었지만 전혀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김소진 작가의 "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서 화자인 '나'는 어린 시절 항아리를 깬 사건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그리 대단한 추억이 아닙니다. 눈이 쌓여 있던 겨울 어느 날 새벽에 오줌을 누러 갔다가 나오는 중 눈 밑에 있던 빠루를 밟아서 짠지 단지를 깬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항아리 같은 것 안 깨 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큰 사건이죠. 소설 속 나는 깨진 항아리를 숨기기 위해서 눈사람을 만들고 그 안에 검은 항아리를 숨깁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눈사람을 만들어서..

한국단편소설 2022.06.16

[세계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_인간에겐 탈출구가 없다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미국 보스턴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마흔 살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정말 이른 나이였습니다. 19세기 미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마흔 살은 훨씬 넘을 것입니다. 마흔 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은 그가 병약한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사고를 당했거나 아니면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가난한 삶을 살았고 알코올 중독자였고 마약도 했고 우울증과 신경 쇠약으로 고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인 '나'는 에드러 앨런 포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 한 줄 줄거리 검은 고양이의 플루토의 복수로 인해 '나'는 아내를 죽인 죄가 발각되어 구속되었고 사형 ..

세계단편소설 2022.06.14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자전거 도둑" (1979)_누가 좀 말려줘!

1979년에 처음 발표된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은 시대 배경이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1970년 대면 우리나라가 전후 복구 이후에 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입니다. 도시에 사람들이 모이고 더불어서 여러 가지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던 시기이지요.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뒤처지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년은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하면서 공부도 하면서 성공을 꿈꾸는 소년입니다. 이 소년이 자전거 도둑으로 몰리는 이야기인데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소년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

한국단편소설 2022.06.13

[한국단편소설]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000)_예언자 황만근

성석제 작가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2000년에 동서문학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황만근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황만근이 없어졌다"는 첫 문장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결국 황만근은 죽어서 돌아오지만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이 소설은 황만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누가 정말 잘 살았는지 판단해 보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황만근의 삶을 지지하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소설 제목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입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예언자라고 할 수 있죠. 묘한 말을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참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짜라투스트라입니다. 마찬가지로 황만근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지만 진리를 ..

한국단편소설 2022.06.10

[책] 유진 피터슨 "그 길을 걸으라"_영성이란 무엇인가?

"그 길을 걸으라"는 유진 피터슨이 쓴 영성 시리즈의 책 중 세 번째 책입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1부는 "예수님의 길"이고 제2부는 "다른 길들"입니다. 1부에서는 예수를 비롯한 성경 속 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서는 신앙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제1부는 7개의 장, 제2부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의 제목이 "예수님의 길"이지만 예수의 삶에 대한 설명은 1장에서만 다루고 있고 나머지 장은 아브라함, 모세, 다윗, 엘리야, 이사야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분량으로 보면 두 장에 걸쳐 다루고 있는 이사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제사장보다는 예언..

이 책 어때? 2022.06.09

[한국단편소설] 임철우 "사평역"_희미하게 남은 웃음 한 조각

"사평역"은 198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입니다. 사평역에서 서울 가는 마지막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평역은 시골에 있는 작은 간이역입니다. 사람들은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심각하게 연착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시골 간이역에서 서울 가는 완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연이 이 소설을 구성하는 주요한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이야기나 즐거운 사건 같은 것은 없고 모두가 아픈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 지점이 없어서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면 되는 소설입니다. 임철우 작가의 "사평역"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읽고 거기에 착안해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시작합..

한국단편소설 202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