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인간이라면, 시학을 읽어라』 시리즈의 프롤로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오늘의 이야기와 철학으로 풀어내며,
한 편 한 편이 모여 전자책으로 완성될 예정입니다.
설왕은TV의 영상과 함께 읽으면 더 좋습니다.
― 검증받은 이야기의 법칙
인간은 단순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 우리는 왜 이야기에 끌리는가
수많은 이야기가 매일 쏟아집니다.
TV, 영화,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까지—
사람들은 매 순간 이야기 속에서 웃고 울고, 배우고 공감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태초부터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해석해왔죠.
그래서 인간은 “이야기의 존재”라고 불러야 합니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세 가지 활동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로 나누었습니다.
- 노동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반복적 활동입니다.
먹고 자고 일하며 살아가기 위한 순환적 행위로, 결과는 금세 사라집니다. - 작업은 세상에 ‘지속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활동입니다.
집을 짓고, 책상을 만들고, 예술 작품을 남기는 일처럼요. - 행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새로운 시작을 여는 자유로운 활동입니다.
바로 이 행위(action) 속에서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이야기는 인간의 행위가 남긴 흔적이며,
새로울수록 더 큰 가치를 얻고 오래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그 행위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듭니다.
🪞 폴 리쾨르, “인간은 이야기로 자신을 이해한다”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œu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이야기의 형태로 이해하며, 이야기됨으로써 해석된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관계와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이야기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 으로 만들어갑니다.
리쾨르에게 이야기는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인간은 시간을 직접 붙잡을 수 없지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방향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의 법칙을 세우다
이처럼 이야기가 인간을 만든다면,
좋은 이야기는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그 답을 가장 오래전에 제시한 사람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의 『시학(Περὶ ποιητικῆς)』은 인류 최초의 ‘이야기 설계도’라 불립니다.
‘포이에티케스(poietikēs)’는 단순히 시(poem)가 아니라,
‘만드는 능력’, 즉 창작(poiesis) 을 의미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언어로 세상을 만들어내는 모든 예술—
비극, 희극, 서사시—는 모두 ‘시적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시학』은 단순히 운문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언어로 세계를 창조하는 법, 즉 이야기의 법칙을 다룬 책입니다.
🧠 『시학』의 핵심, 플롯의 원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습니다.
“플롯은 비극의 영혼이다.”
『시학』의 26장 중 6장부터 18장까지,
거의 3분의 2가 플롯(μῦθος, mythos) 에 대한 논의로 채워져 있습니다.
좋은 플롯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인과로 엮인 행위의 구조입니다.
그 안에서 감정은 질서를 얻고,
공포와 연민은 카타르시스로 승화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 좋은 플롯은 통일성과 필연성을 가져야 한다.
- 반전(περιπέτεια)과 깨달음(ἀναγνώρισις)을 통해 감정을 일으켜야 한다.
- 인물과 사건은 감동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500년 동안 이어져온
‘이야기의 법칙’, 『시학』의 핵심입니다.
🤖 인간만이 이야기할 수 있다
AI가 노동과 작업을 대신하는 시대,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창조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입니다.
아렌트가 말한 행위,
리쾨르가 말한 이야기적 자아,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플롯의 질서—
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은 다시 **‘이야기를 쓰는 존재’**로 태어납니다.
『시학』은 그 인간을 위한 가장 신뢰할 만한 지침서입니다.
짧고 명료하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은 2,500년을 견뎠습니다.
인간이라면, 시학을 읽어라.
그 안에는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법이 담겨 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 유튜브 | 설왕은TV
https://youtu.be/t4rcV4fhLs4
🎬 〈인간이라면, 시학을 읽어라〉 프롤로그 – 인간은 이야기로 산다
🔜 다음 글 예고
1장 〈비극을 써라〉 — 다음 주 토요일 오전 9시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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