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상실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소설은 상실을 극복하라고 밀어붙이지도 않고, 쉽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실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세 명의 청소년들이 삐걱거리고, 부자연스럽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누구에게나 상실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해 버리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치해 버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그러나 애도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할 때, 상실의 상처는 계속해서 곪아 간다. 다행히 이 소설 속 아이들은 능숙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속도로 애도의 시간을 쌓아 간다. 그 과정을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 세 명의 주인공
지우(남학생)
이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어머니는 뇌암으로 투병하던 중 실족 사고로 사망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기 전 지우에게 태블릿 PC를 사 주고, 함께 ‘인생 네 컷’ 사진을 찍었던 기억 때문에 지우는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아닐지 의심한다.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아저씨와 동거하고 있지만, 불편함을 느끼며 독립을 꿈꾼다. 도마뱀 ‘용식’을 매개로 한 만화 「용식 일기」를 비롯해 이야기를 창작하려 노력하는 인물로, 소설 속에서는 「내가 본 것」이라는 만화를 통해 채운과 연결된다.
채운(남학생)
어머니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혐의로 수감 중이고,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누워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채운이 아버지를 찌른 것이었다.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어머니는 감옥에 수감되면서 채운은 이모 집에서 살게 된다. 그는 ‘뭉치’라는 이름의 골든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다.
소리(여학생)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 왔으며, 현재는 미대 진학을 목표로 입시 미술을 배우고 있다. 상대의 손을 만지면 그 사람의 ‘죽음’을 예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소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는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가던 중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다. 소리는 그때 어머니의 죽음을 예감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 이야기의 시작과 전개, 그리고 끝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지우는 K시 한 파출소의 의자에 앉아 보호자를 기다렸다. 공사장 숙소에서 나와 서둘러 뛰다가 오토바이 배달 기사와 부딪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였다. 경찰은 지우에게 부모의 연락처를 물었다. 지우는 '엄마는 최근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오래전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 경찰이 혹시 다른 어른은 없는지 묻자 지우는 할 수 없이 선호 아저씨에게 연락했다. 그러콘 유리문 밖, 바람에 휘청이는 2월의 겨울나무를 바라보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7)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지우다. 이야기는 지우로 시작해 지우로 끝나며, 그는 소설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 다시 말해 작가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우는 이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쓰고, 변형하고, 다시 구성하는 인물이다.
지우의 어머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지우는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로 살았던 선호 아저씨와 함께 지내고 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동화책을 읽던 기억을 자주 떠올리지만, 이제 곁에 없는 어머니를 회상할수록 그 기억들은 점차 비틀린 이야기로 바뀐다. 희망과 자비, 너그러움이 배어 있어야 할 동화는 지우의 손을 거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변한다.
옛날 옛날에
세상에 자비도 없고 희망도 없고 노래도 없던 때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첫날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좋아서.
그 밤을 덮고 자느라
세상에 인간은 있되
구원도 없고 기적도 없고 선의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첫날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좋아서.
자신이 만든 밤이 너무 편해서. (12)
소리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또래보다 1년 늦게 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 때문에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꺼린다. 소리가 누군가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면 그 사람은 곧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능력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도 없고,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소리는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예감하지 못했다. 그 사실은 이 능력의 불확실성을 더욱 크게 만든다. 소리는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설령 말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나는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본다.
순간 교실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동시에 와아아 웃었다. 그래서 소리도 따라 웃었다. 그러다 딱 한 명 웃지 않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그 전입생이었다. (19)
채운은 아버지의 지속적인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해 과도로 아버지를 찌른다. 그러나 그 죄는 어머니가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게 되고,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아버지는 한때 대학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지만, 이후 커피 유통 사업에 실패한 뒤 집에 틀어박혀 주식 창만 들여다보는 전업투자자가 된다. 수입은 불안정했고, 분노는 가족을 향했다. 결국 채운은 부모와 함께 살 수 없게 되어 이모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다. 채운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통로는 ‘바람영어’ 앱이다.
소설은 1장부터 3장까지 지우, 소리, 채운을 차례로 소개한 뒤, 4장에서 다시 지우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지우는 ‘용식’이라는 도마뱀을 키운다. 그는 ‘그림드림’이라는 카페에 용식을 소재로 한 만화를 연재한다. 용식은 중학생 시절 선물로 받은 도마뱀 알을 부화시켜 키우기 시작한 존재다. 「용식 일기」는 카페 안에서 크게 주목받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베리 베리 내 처지」라는 단편 만화가 추천을 받으면서 함께 조회 수가 늘어난다. 지우의 어머니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실족 사고라고 전해졌지만,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지우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집을 나와 독립하기 위해서다. 어머니와 선호 아저씨는 사실혼 관계였지만, 지우와 선호 아저씨는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남에 가까웠다. 결국 지우는 용식을 소리에게 잠시 맡기기로 한다.
이후 지우와 소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이야기’ 자체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 그냥...... 이야기가 좋아서?
순간 소리의 두 눈이 반짝였다.
- 그래?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끝이...... 있어서?
소리가 신기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 난 반댄데.
- 뭐가?
- 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지우가 잠시 먼 데를 봤다.
- 이야기에 끝이 없으면 너무 암담하지 않아? 그게 끔찍한 이야기면 더.
소리도 시선을 잠시 허공에 뒀다.
- 그렇다고 이야기가 시작조차 안 되면 허무하지 않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 그런가?
- 응. (66-67)
지우는 끝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좋다고 말하고, 소리는 시작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좋다고 말한다. 지우의 말에는 자신의 불행이 언젠가는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불행한 이야기일수록 끝이 필요하다는 믿음이다. 반면 소리는 시작을 갈망한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의 삶은 멈춰 버렸고, 그는 아직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신이 겪은 상실을 견디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 아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간다. 그 방법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방황하며 길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독자는 연민과 응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소설은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지우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발은 이제 약해져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지우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언젠가 작문 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읽어준 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비교적 짧은 시였는데도 다른 건 전혀 기억 안 나고 오직 한 문장만 또렷이 떠올랐다.
꿈에서 나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돌아왔다.
지우가 속으로 그 문장을 한번 더 되뇌었다. 동시에 한 손이 파르르 떨렸다. 평소에 연필을 쥐는 손이었다. (234-235)
❄️ 가난이란 무엇인가?
지우가 잠시 숨을 가눈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가난이란......
지우는 문득 교실 안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다.
-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지우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지만 조금 의연해진 투로 다음 문장을 읽어나갔다.
-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85)
지우의 가난에 대한 시가 아주 사실적이다.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진다는 표현이 재밌다.

❓ 인간은 왜 남의 불행을 바랄까?
이모가 호박잎을 다듬다가 멈추고 문득 거실 바닥을 응시했다.
- 있지, 사람들 가슴속에는 어느 정도 남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그런데 모를 리 없는 저열함 같은 게. (140)
나는 이 말에 공감했다. 그리고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없으면 좋은데 그리고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마음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연약함에 동정을 느낀다. 어떻게 남의 불행을 바랄 수 있나, 인간이 참 악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사람이 참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잘 되는 것, 다른 하나는 남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잘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쟁 사회에서 누군가를 이겨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이 안 되는 것은 비교적 쉽다. 남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은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에 해당하지 않을까?
🐕 사람보다 동물이 더 낫다?
이럴 때 뭉치의 크고 따뜻한 몸에 기대 잠들 수 있다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은데. 정작 사랑하는 뭉치에게는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 저렸다. 진짜 내 가족은 뭉치인데 어떤 거대한 연극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152)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으면서 주인공 학생들이 동물을 좋아하고 사람보다는 동물에게 더 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채운은 뭉치를 지우는 용식을 사랑한다. 뭉치는 채운을 지켜 주고 반가워해 주었다는 점에서 애정을 받을 만도 하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런 사랑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용식은 좀 다르다. 용식은 지우와 뚜렷한 상호작용이 없다. 용식이는 지우가 책임지고 있는 생명일 뿐이다. 용식이가 지우를 위해 해주는 것이 있었을까? 살아 있다는 것? 지우가 주는 먹이를 먹어 준다는 것?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우는 용식이를 매우 아낀다. 오토바이 사고가 난 것도 용식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가다가 생긴 일이다. 이미 용식이는 죽었는데 이렇게 서두를 일일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 기록해 놓고 싶은 문장들
아버지를 찌른 사람은 난데 사람들이 나를 위로합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그들에게 절합니다.
이곳은 내가 벌받는 자리입니다.
위로가 벌이 됩니다.
채운은 화면을 가만 바라보다 지금껏 쓴 문장을 지울까 고민했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그냥 입력 단추를 눌렀다. (165)
재작년 축구 훈련중 채운은 일부러 부상을 유도했다. 그리고 담당의로부터 더이상 운동선수로 살기 어려울 거란 진단을 받은 뒤 남몰래 안도했다.'적어도 내가 그만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겉으로는 모든 걸 잃은 양 어두운 표정을 짓고 다녔다. 그러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좀더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 삶에는 또 얼마나 많은 기만이 있을까?' (170)
엄마 거래처 사람이었어. 피팅 모델들 사직 찍어주는...... 정중하고 좋은 사람이었어. 결혼에 한 번 실패했는데 나는 그 실패조차 신뢰가 갔지. 자기 삶에 크게 실망해본 사람이라면 남의 인생도 쉽게 판단하지 않을 테니까. 무엇보다 그 사람은 나를 늘 존중해줬어. 나는 그 사람이 나와 마주않았을 때 활짝 벌어지던 동공과 꼿꼿이 선 척추가 좋았어. 그 반듯한 태가. 왜 우리가 성당에 들어가거나 콘서트홀에서 교향곡을 들을 때 자세를 바로 하게 되잖아? (178-179)
어제 강당에서 상담 교육을 받는데, 여기 봉사활동을 온 정신의학과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180)
소리는 누군가로부터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토록 엄마가 열렬히 삶을 원한다고 단정했을까? 어째서 삶이 누구나 먹고 싶어하는 탐스러운 과일이라도 되는 양 굴었을까? 내가 원했으니까? 매일 아침 엄마가 또렷이 보이길 누구보다 바랐으니까?' (194)
'책과 문학 > 이 책 어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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