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나

[철학하나] '파토스'란 무엇인가?

설왕은 2021. 2. 19. 15:39

'파토스'는 다음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기본 의미) [철학] 격정, 열정, 노여움 따위의 일시적인 정념의 작용.

2. [문학] 말이나  속에 깃든 비장감(悲壯感).

 

파토스는 영어로 pathos라고 하는데요. 영어로 pathos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연민의 정[동정심]을 자아내는 성질[힘]; 비애감[], 페이소스

2. (미학에서) 예술 작품의 감정적·주관적 요소, 파토스.

 

다음사전에서는 다음의 문장을 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 그의 시에는 혁명적 파토스가 넘친다.

 

옥스포트 사전에 따르면 pathos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in writing, speech and plays) the power of a performance, description, etc. to make you feel sympathy or be sad

- 보는 사람에게 동정심이나 슬픔을 유발하는 공연이나 표현의 능력

 

위에서 설명한 정의에 따르면 '파토스'의 의미는 더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파토스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감정일까요? 열정일까요? 비장한 느낌일까요? 동정심을 일으키는 힘일까요? 주관적 요소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공연이나 표현의 능력을 말하는 것일까요?

 

파토스는 그리스어 파토스(πάθος)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어원상의 의미로는 고통(suffering)을 의미합니다. 옥스퍼드 사전의 어원 설명에는 mid 17th cent.: from Greek pathos ‘suffering’; related to paskhein ‘suffer’ and penthos ‘grief’로 나와 있습니다. 어원을 고려해서 이해한다면 '슬픔을 느낄 정도의 고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mage by Stefan Keller from Pixabay  

 

우리는 모든 고통에 슬픔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면 고통스럽죠. 하지만 슬플 정도는 아닙니다. 파토스는 고통의 경험을 의미하는데 '슬픔을 느낄 정도로 아픈 고통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이죠. 

 

파토스의 뜻이 헷갈리는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그는 파토스를 청중을 설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에 호소해서 그들 안에 있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말 사전에는 파토스를 일종의 감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수사학적 능력으로 설명하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영어로는 감정의 뜻을 가진 파토스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passion 이죠. passion은 열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고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passion이 pathos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면 왜 이 단어가 열정과 고통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다시 말하면 파토스를 정확하게 우리말로 번역한 말은 없습니다. 영어는 파토스의 원어적 의미를 가진 단어로 passion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요. 그래서 영어로 pathos는 '슬픔을 느낄 정도로 아픈 고통'이 아닌 수사학의 한 방법으로 설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파토스를 passion을 번역한 열정 정도로 이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 단어 passion은 pathos의 원래 의미에서 좀 멀어졌습니다.

 

passion

1. a very strong feeling of love, hate, anger, enthusiasm, etc.

2. a very strong feeling of liking something; a hobby, an activity, etc. that you like very much

 

passion은 열정으로 번역하는 게 적당합니다. 하지만 파토스는 열정이 아닙니다. 혹은 정열도 아닙니다. 뜨거운 감정이나 감정적 뜨거움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굳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정열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습니다. 파토스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감정이 아니라 터져 나오는 뜨거움과 같은 것이죠.

 

파토스는 '슬픔을 느낄 정도로 아픈 고통의 폭발'과 같은 것입니다. 

 

계속 설명을 하다 보니 우리말의 오열(嗚咽)과 비슷한 느낌의 단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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