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단편소설

[세계단편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_두 시간 뒤에 당신은 수많은 웃음별을 가지게 된다

설왕은 2023. 1. 31. 09:00

소설을 좋아하지 않던 나의 어린 시절에 "어린 왕자"는 좀 달랐다. 나는 내가 왜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 본다. 책을 읽을 때 나의 자세는 항상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주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또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그래서 소설은 내게는 시간 낭비 같은 독서였다.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내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내게 "어린 왕자"가 달랐던 이유는 삶의 교훈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단 내 생각이랑 잘 맞았다. 아마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은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이 세상에 나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세상이나 어른들은 그것을 몰라준다고 해야 할까?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았고, 그것을 알고 있고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나 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모르는 사람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어린 왕자"는 유명한 소설이다. 이번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생텍쥐페리의 출생과 사망연도를 보았다. 1900년에 태어나서 1944년에 죽었다. 너무 일찍 죽었다. 아마도 병이나 사고로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갑자기 실종이 된 것처럼 그도 실종이 되었다. 아마도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그 별로 간 것은 아닐까? 재능 있는 작가가 한창 작품을 쓸 나이에 지구에서의 생을 다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줄거리 & 책을 읽으면 생기는 개이득

"어린 왕자"는 한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기가 고장나서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만난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아이는 작은 별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로 그 별에는 장미꽃 한 송이가 있고 바오밥 나무가 잡초처럼 자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어린 왕자는 뱀의 도움을 받아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꽃도 마찬가지예요. 아저씨가 어떤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면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무척 즐거울 거예요. 모든 별에 꽃이 피어 있을 테니까... 물도 그래요. 아저씨가 나에게 준 물은 도르래랑 밧줄 때문에 마치 음악 같았어요. 물맛이 참 좋았지요."

 

하지만 어린 왕자의 줄거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린 왕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떻게 꽃을 돌보고 있었으며 지구라는 곳에서 어떤 식으로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소설을 보는 재미이다. "어린 왕자"를 통해 어린 왕자를 사귈 수 있다면 그 상으로 웃을 수 있는 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두어 시간 투자해서 어린 왕자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웃음별을 가지게 된다면 엄청난 이득 아닌가?

 

* 말랑말랑한 감정의 소유자 어린 왕자

"어떤 날은 해가 지는 걸 44번이나 보았어요! 사람들은 슬플 때 해 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잖아요..."
"44번이나 해가 지는 걸 본 날은 그만큼 무척 슬펐던 거구나?"
어린 왕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한다. 요새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 워낙 힘을 얻고 있어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정에 충실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일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감정이 상한다고 일을 멈춘다면 직장을 그만둔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고 감정에 너무 휩쓸리면 안 된다. 어린 왕자는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도 된다.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하고 기쁠 때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 그런 어린아이 같은 삶을 꿈꾼다면 어린 왕자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슬퍼서 해가 지는 것을 마흔네 번이나 보았다면 기분이 나아졌을까? 그게 궁금했다. 슬퍼서 그 슬픔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에게 왜 슬프냐고 물어보는 것은 괜찮은 걸까?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슬퍼질 것 같아서 그랬던 걸까?

 

* 밤하늘을 보면서 웃고 싶다면? 

"만약 어떤 사람이 수백만 개의 별에서 자라고 있는 단 한 송이의 꽃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거예요. 그 사람은 '내 꽃이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모든 별들이 어두워질 거예요...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사람이 사랑할 때 살아가는 세상과 사랑하지 않을 때 살아가는 세상은 같을까? 그냥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직장에 가서 돈을 벌고 퇴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면 하루를 사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똑같은데 그 사람이 사랑할 때 사는 세상은 달라질까? 어린 왕자는 별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 별 중에 하나에 살고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별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럴 수 있다. 어쩌면 사랑은 사람을 실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 때나 웃고 아무 때나 울 수 있다. 무엇이 그의 감정을 건드리는지 알지 못한다면 다른 이에게 그 사람은 그저 실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그 실없음이 우리가 사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 사랑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같이 보라

"꽃은 단지 바라보고 향기를 맡기만 해야 하는 건데, 꽃이 내 별을 향이고 뒤덮었거든요. 난 그걸 즐길 줄 몰랐어요. 발톱 이야기에 괴로워했을 뿐이죠.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꽃이 향기를 풍기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는데.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 불쌍한 거짓말 뒤에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눈치채지 못했던 거예요. 꽃은 정말 모순덩어리예요!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할 줄 몰랐어요."

 

 

어린 왕자는 삶의 지혜를 준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다. 나는 가끔 사람이 참 모순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일관성이 없다. 그냥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참 그렇게 일관성을 가지기 어려운 존재인데 사랑할 때 모순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평소에는 못된 말도 못 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못된 말도 잘하기도 한다. 사랑하는데 왜 나쁜 말을 하냐고? 그러니까 그게 참 이해가 안 된다. 못된 말이나 거짓말 뒤에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어린 왕자가 충고해 준다. 말만 듣고 생각하지 말고 행동을 보라고.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고. 말은 자신의 마음과 반대로 나올 때도 있다. 

 

* 덧없는 것을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아

"제가 사는 곳은 흥미로울 게 없어요. 아주 작거든요. 화산이 셋 있어요. 두 개는 활화산이고 하나는 사화산이지요. 꽃도 한 송이 있어요."
"꽃은 기록하지 않아."
"왜죠? 그 꽃은 내 별에 가장 아름다운 건데요!"
"꽃은 덧없는 거니까."

 

꽃은 아름답다. 꽃을 보고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꽃은 시들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꽃이 있다는 것은 지도에 기록할 수 없다. 왜냐하면 꽃은 사라지거든.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꽃처럼 덧없는 것은 지도 안에 그리지 않는다. 하지만 꽃이 그렇게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더 깊이 빠지는 것 같다. 꽃은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원래도 아름답지만 그 애틋함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니 사라지는 것을 무시하지 말자. 세상에는 사라지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이 있다. 

 

*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잘 가. 그럼 이제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단순한 거야. 마음으로 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어린 왕자는 따라서 말했다. 
"네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건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이지."
"내 장미를 위해 바친 시간이라..."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알려 분다.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 사랑이 눈에 보이지 않고 공기도 눈에 보이지 않고 신도 눈에 보이지 않고. 나는 이 말을 아주 좋아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온 말은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그다음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어린 왕자의 장미가 소중해진 것은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이라는 말. 시간이 무언가를 소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도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 때문에 사랑은 더 소중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그 삶이 소중해지는 것 아닐까? 어린 왕자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이건 좋은 생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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