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단편소설

[세계단편소설] 기 드 모파상 "목걸이"_허영심의 대가와 찜찜함

설왕은 2022. 9. 29. 20:49

모파상의 "목걸이"는 찜찜한 소설이다. 예전에 읽을 때도 찜찜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도 여전히 찜찜했다.  "목걸이"는 허영심 많은 르와젤이라는 여인이 친구로부터 비싼 목걸이를 빌렸다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일이야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목걸이가 터무니없이 비쌌다는 것이다. 그래서 르와젤과 남편은 10년 동안 그 목걸이의 빚을 갚느라 엄청난 고생을 한다. 르와젤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었지만 10년의 고생으로 인해 폭삭 늙어 버린다. 10년이 지난 후 르와젤은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목걸이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을 읽고 찜찜했던 이유는 모파상이 이 작품을 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고 작가가 르와젤의 허영심에 내렸던 벌이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르와젤과 남편의 인생에서 10년을 빼앗아가는 것은, 이것이 소설이라고 해도 너무하지 않았나 싶었다. 사람이 허영심을 가질 수도 있고, 그 허영심으로 인해서 곤란한 일을 겪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지만 르와젤은 허영심만 있을 뿐이지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성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 되자 악착같이 일을 해서 빚을 갚는 생활력도 보여 주고 친구의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허영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능력밖에 있는 물건을 사느라고 재산을 탕진하거나 돈을 잘 벌지 못한다고 남편을 구박하지도 않는다. 르와젤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은 허영심이었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해하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참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르와젤에게 이런 벌을 내린 작가가 너무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녀는 옷이나 보석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그녀는 옷과 보석들 때문에 자기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 다른 사람을 매혹시키고 총애를 받고 구애받기를 간절히 원했다. 

 

르와젤은 이런 사람이었다. 세상에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옷과 보석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으니까 르와젤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안 한다 뿐이지 르와젤과 같은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르와젤은 허영심은 있지만 무분별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이상한 짓이나 나쁜 행동을 저지르지도 않고 남편을 곤란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허영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남편도 르와젤의 허영심을 문제삼지 않고 아내가 원하는 것을 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이 부부는 형편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르와젤이 잠시 간의 부주의로 인해서 비싼 목걸이를 잃어버린 실수로 인해 두 사람이 겪는 고통이 더 안쓰러웠다. 

 

이제 르와젤 부인을 늙어 보였다. 그녀는 가난한 가정의 억세고 무뚝뚝하고 거친 마누라가 되어 버렸다. 머리도 제대로 안 빗었고 치마는 구겨졌으며 손은 발갛게 거칠어졌다. 큰 소리로 이야기했고 큰 양동이에 물을 담아 마룻바닥을 닦는 여자가 되었다. 

모파상의 대표작

 

나는 르와젤이 이런 사람이 된 것이 영 내키지가 않는다. 르와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파멸로 이끈 것이 아니라 모파상이 벌을 준 것으로 보여서 기분이 찜찜했다. 10년은 너무 심하지 않았나? 1년 정도만 되었어도 나는 모파상에게 이렇게 불만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르와젤의 허영심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르와젤의 친구인 포레스티에 부인이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빌려줄 때 그 목걸이가 가짜이고 그리 비싼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 목걸이가 가짜였다고 말하고 소설이 끝나면 안 되지 않을까? 포레스티에는 그 목걸이를 르와젤에게 돌려주고 르와젤은 가짜 목걸이 가격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지 않았을까? 

 

모파상의 '목걸이'는 분명히 교훈을 주는 소설이기는 하다. 허영심을 가지면 큰일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하지만 나는 모파상에게 좀 실망했다. '목걸이'에서 알 수 있는 모파상이라는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한 순간의 허영심에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사람이다. 19세기 후반에 발표된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자연주의 소설은 과학자가 대상을 관찰하는 것과 같이 인간을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19세기 자연주의 소설은 20세기 실존주의 소설과 비슷한 점이 있다. 자연주의 소설이라는데 나는 이 소설이 너무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모파상이 살던 19세기 후반의 프랑스의 모습은 이랬을까? 그랬다면 좀 무서운 세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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