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단편소설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산문으로 쓴 환상시"_왕자란 아무것도 아니군요

설왕은 2022. 7. 16. 23:32

단편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동화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환상시라니까 '시'인지도 모르겠다. '시'라고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천천히 읽으면서 음미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알퐁스 도데의 "산문으로 쓴 환상시"는 두 개의 작품이 하나로 묶여 있다. 하나는 "왕자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숲 속의 군수님"이다. 그리고 두 작품을 시작하기 전 알퐁스 도데는 서문을 썼다. 서문을 보면 아마도 매우 추운 날에 밖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놀면 뭐하나 하는 마음으로 두 개의 작품을 얼른 쓴 것 같다. 

 

 

"왕자의 죽음"은 어린 왕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은 없지만 어린 왕자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왕자는 마치 연극 배우처럼 말을 한다.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도록 병사들을 주위에 세우고 대포를 창 밑에 배치하도록 부탁한다. 마치 그것으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궁정 목사가 다가와서 사실을 말해 준다. 왜 말해 주었을까? 아마도 죽음을 준비시키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사제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저를 아주 슬프게 하는군요. 하지만 저 하늘 위 별들의 낙원에 가도 나는 역시 왕자일 테니까 안심이 되는구요....... 하느님은 나의 친척이니까 내 신분에 맞는 대우를 하시겠지요.

 

그렇게 말하고, 왕자는 가장 화려하고 우아한 옷을 입고 천국에 가겠다고 한다. 옷을 갈아입겠다고 말하자 또 목사가 나선다. 목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와 있지는 않으나 목사는 왕자에게 현실을 일깨워주었던 것 같다. 결국 왕자는 화를 내면 "그렇다면 왕자란 아무것도 아니군요"라고 말하며 흐느껴 울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숲 속의 군수님"은 숲 속에 간 군수님이 숲 속의 아름다운 풍경과 방해 때문에 결국 연설을 하지 못하는 군수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숲 전체의 결사적인 방해에 군수님은 오랑캐꽃 향기에 취하고, 노랫소리에 넋을 잃어 온몸을 파고드는 숲의 매력에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 저항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는 팔꿈치를 괴고 풀 위에 누워 고운 옷의 단추를 풀며 두어 번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내빈 및 친애하는 군민 여러분....."

 

 

이렇게 끝이 나지만 아마도 여기에 쓰지 않은 말은 "군수란 아무것도 아니군요"가 아닐까 싶다. 

 

왕자로 아무것도 아니고 군수고 아무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의미가 있을까? 오랑캐꽃의 향기와 노랫소리? 그럴지도 모른다. 산문으로 쓴 환상시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오늘 아침 문을 열었을 때, 풍차간 주위는 온통 흰 서리로 덮여 있었습니다. 풀잎은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고 바스락거렸으며 언덕 전체가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사랑하는 프로방스가 한대 지방으로 변해 버렸던 것입니다. 

 

 

여기서 소용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가 왕자인들 군수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세상은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것을 느끼는 것으로 삶이란 충분하지 않을까?

 

"산문으로 쓴 환상시"는 추운 겨울 경치에 취해 나른한 행복감에 젖어서 왕자나 군수를 하나도 안 부러워하는 알퐁스 도데의 환상 세계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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