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나

[철학하나] 진화론은 무엇인가? (다윈의 진화론을 중심으로)

설왕은 2019. 3. 13. 18:58


진화론의 핵심 이론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입니다. 자연선택을 풀어서 설명한다면 자연스러운 선택혹은 자연이 선택한다정도가 될 것입니다. 둘 다 맞는 설명입니다.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이용해 진화론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1859년에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내세운 진화론은 자연선택이 핵심 이론입니다. 그 이후에 유전자학의 발전에 따라 돌연변이 이론 (Random Mutation)이 진화론의 기본 원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 이후 진화론은 또 여러 가지 발전을 거듭합니다.


진화론의 핵심이론이 자연선택이기 때문에 진화론은 태생적으로 종교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이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진화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연선택의 반대편에는 어떤 이론이 있는 것일까요? 바로 신의 선택입니다. 자연선택이론은 자연스럽게 신의 선택에 저항하고 신의 선택을 부정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어떤 생물이 살고 어떤 생물이 죽을지, 어떤 종이 살아남고 어떤 종이 멸종할 것인지 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선택한다고 하는 이론이 바로 진화론입니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은 자연이 선택한다는 관점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말에 어떤 뜻이 있습니까? ‘자연스러운 선택에는 특정한 의도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어떤 생물이 살고 죽는 것, 어떤 종이 생존하고 멸종하는 것에는 특별한 의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생물은 목적 없이 이유 없이 태어났다가 자연환경에 적합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죽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원리입니다. 그러니까 다윈이 신에 대한 저항으로 자신의 이론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자연선택이라는 이론은 그 이론 자체만으로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 보죠. 1860년 6월에 영국의 옥스포드 박물과에서 진화론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논쟁의 토론자는 진화론자인 헉슬리와 영국학술원의 부원장직을 맡았던 윌버포스 주교였습니다. 윌버포스 주교가 물었습니다. “당신의 조상은 어느 편이 원숭이란 말이오? 아버지 쪽이오, 아니면 어머니 쪽이오?” 사실은 이런 질문 자체가 진화론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질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화론에 대해서 윌버포스 주교와 같이 이해하고 있지만, 진화론은 ‘사람의 조상은 원숭이이다’를 내세우는 이론이 아닙니다. 물론, 진화론에 따르면 원숭이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닙니다. 진화론에 핵심은 원숭이가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우연히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연이 자연스럽게 내리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부정하는 이론이 바로 진화론입니다. 그렇다면 진화론의 반대는 ‘원숭이는 원숭이고 사람은 사람이다’가 아닙니다. 진화론에 반대하려면 ‘신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만들어냈다’라는 식으로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사람의 원재료나 기본형이 흙인지 원숭이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화론의 핵심 이론이 자연선택에 있기 때문에 진화론이 실존주의 철학이 태동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진화론이 없었다면 실존주의 철학이 20세기 초반의 철학적 흐름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인간의 존재 이유나 목적이 명확하다면 그런 식으로 인간을 묘사할 수는 없었겠죠. 하이데거는 인간이 철저하게 세상 안에 던져진 존재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존주의는 20세기 초반의 철학의 주요 흐름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진화론이 없었다면 현대의 철학 흐름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참고서적

찰스 다윈, 종의 기원

김용준, 과학과 종교 사이

한스 요나스, 생명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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