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나

[철학하나] 니체의 영원회귀

설왕은 2019. 4. 20. 20:43

몇 달 전에 니체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으며 니체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철학자들에 대한 평가가 일치되지는 않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라고 꼭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지요. 니체에 대한 평가는 정말 극에서 극입니다. 사람들은 철학자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니체에 대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니체를 대할 때 사람들은 그를 아군, 혹은 적군으로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가 철학자의 언어보다는 문학가의 언어를 구사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는 체계적으로 철학을 구축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멋있게 말을 했죠. 덕분에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영원회귀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인 것 같습니다. 니체가 영원회귀란 무엇이다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글을 통해 유추해 내야 하는데요. 위키 백과에서 영원회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글도 보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더군요. 영원회귀라는 우리말 번역 자체도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영원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영원히 돌아간다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는 '영원히 반복된다' 혹은 '같은 것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본래부터 모든 것은 정지해 있다." 하지만 얼음을 녹이는 봄바람은 이와는 정반대로 설교한다!

봄바람은 황소다. 그러나 밭을 가는 황소가 아니라 사납게 날뛰는 황소이며, 분노의 뿔로 얼음을 깨뜨리는 파괴자다! 더군다나 깨어져 떠내려가는 얼음은 판자 다리를 무너뜨린다!

아, 형제들이여, 이제 만물은 유전하지 않는가? 모든 난간과 판자 다리가 물 속으로 가라않지 않았는가? 그 누가 아직도 선과 악에 매달리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대해서", 민음사, 356-57)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봄은 반복됩니다. 그러나, 영원히 반복됩니다. 똑같은 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은 아닙니다. 똑같은 것이 반복되는데 새롭게 반복됩니다. 봄바람은 파괴자가 가지는 난폭함에 가까운 에너지를 가지고 새롭게 봄을 출발시킵니다.

 

철학자 고병권은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사위 놀이를 통해 영원회귀를 설명합니다. (279-282) 위키백과보다 훨씬 쉬운 설명입니다. 주사위 놀이는 일종의 반복적인 행위입니다. 똑같은 것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결과는 1에서 6까지입니다. 정확히 예측은 못해도 범위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주사위 놀이의 결과는 매 번 새로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복은 차이와 다양성을 생산한다. 매번 주사위가 던져지는 세상과 주사위를 던지는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281) 

 

그러니까, 매번 주사위를 던질 때 희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주사위를 한 번 던질 때도 삶을 긍정하는 자세로 희망을 품고 던지는 것이 바로 영원회귀라고 합니다. 

 

영원회귀를 즐기려면 우연을 긍정해야 합니다. 철학자 들뢰즈는 "니체와 철학"에서 니체가 하지 못한 니체 철학의 체계화를 시도합니다. 들뢰즈는 니체가 "우연으로 긍정을 만든다"고 언급합니다. (들뢰즈, 니체와 철학, 62) 사람들이 던지는 주사위는 우연의 긍정이고 그것이 떨어지면서 형성되는 조합은 필연의 긍정이라고 말합니다. 필연은 우연의 조합인데 긍정적으로 우연을 시도해야 필연적인 결과도 매번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이겠죠. 놀이를 하려면 우연을 긍정해야 하는데 니체는 사람들이 놀이를 할 줄 모른다고 지적합니다. 

 

정리하면 그렇습니다. 영원회귀는 같은 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니체는 그것이 삶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삶은 놀이입니다. 고귀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놀이와 같은 것이죠. 잘 놀려면 우연을 긍정해야 하고요. 희망을 가지고 주사위를 던지듯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삶이죠. 삶을 긍정할 때 지겨운 반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이 주사위를 던지더라도 매번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그 안에 우연히 새로운 일이 발생할 확률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니체에게는 포기가 없습니다. 그는 늘 '한 번 더'를 외칠 것입니다. 

 

제가 니체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던 것은 글의 맛입니다. 니체은 인생은 놀이와 같으므로 긍정적으로 살자와 같이 무미건조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내가 신들과 더불어 대지라는 신성한 탁자 위에서 주사위 놀이를 했을 때, 대지가 요동하고 갈라지고, 화염의 강을 뱉어냈다면, 그 이유는 대지가 창조적인 새로운 말들과 신성한 주사위 소리에 의해서 흔들리는 신성한 탁자라는 점에서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고서적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민음사

고병권,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질 들뢰즈, 니체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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