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단편소설

[세계단편소설] 안톤 체호프_귀여운 여인

설왕은 2021. 1. 17. 20:58

안톤 체호프(1860-1904)는 러시아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입니다. 주로 단편 소설을 많이 썼고 후기에는 소설보다는 희곡에 주력해서 좋은 희곡을 많이 남겼다고 하는데요. 희곡에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가 남긴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와 같은 희곡들은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네요. 

 

"귀여운 여인"은 톨스토이의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목이 호기심을 끌죠? 귀여운 여인은 무엇이 그렇게 귀여워서 귀여운 여인이라고 불리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올렌카는 외모가 귀엽다기보다는 행동이 귀여운 사람입니다. 귀여운 이유는 일단 올렌카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고요.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금방 동화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의 직업과 관심사에 한없는 애정을 기울이는 여인입니다. 귀가 얇다고도 해야 할까요? 그러나 여러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은 아니고요. 의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올렌카는 외모가 아주 아름다운 여인은 아닌 걸로 나옵니다. 남자들이 괜찮게 생겼다고 웃음을 짓는 정도의 외모를 지닌 인물로 나옵니다. 

 

귀여운 여인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한 여인의 삶을 그린 단편 소설입니다. 사랑을 해야만 활기를 띠게 되는 한 여인의 삶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올렌카는 두 번 결혼을 하지만 모두 남편과 사별합니다. 그러고 나서 또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그와는 곧 이별을 하고요. 그녀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와 새롭게 사랑하고 결혼하기는 어렵게 되지요. 그런데 그녀가 호감을 가졌던 스미르닌이 그의 아내와 아들과 함께 올렌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정착하러 옵니다. 올렌카는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스미르닌 가족을 자신의 집에 들여서 살게 하죠. 그리고 올렌카는 스미르닌의 아들 샤샤를 진심으로 아끼고 돌보게 됩니다. 그렇게 소설은 끝납니다. 

 

"귀여운 여인"은 현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입니다. 만약 지금 시대에 이런 소설이 나왔다면 올렌카가 너무 주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을 것입니다. 줏대가 없는 올렌카가 자신의 생각 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을 무조건 따라가는 행동은 귀엽다기보다는 어리석고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렌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따르거든요.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바뀌면 그 생각도 또한 바뀝니다.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볼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올렌카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자신의 전부를 던지는 사람이죠. 자신의 것을 남김없이 던져서 상대방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올렌카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게 사랑이죠. 현시대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계산에 의해 서로가 이익이 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아니면 같이 어울려 지내기에 괜찮은 사람을 고르는 것 정도로 사랑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업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무슨 사업을 하듯이 계산을 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죠. 올렌카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계산을 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귀여운 여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소설가가 참 많은데요. 러시아 사람들 중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애정 어린 눈으로 사람을 보는 작가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자유로운 작품 활동이 쉽지 않겠죠?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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