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이런 소설도 있구나_조남주 "그녀 이름은 ____"

설왕은 2019. 11. 2. 21:45

[책리뷰] 조남주 "그녀 이름은 ____" (다산책방, 2018)

 

 

오늘 날짜는 2019년 11월 2일입니다. 요새 한참 개봉해서 상영하고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요. 책이 워낙 히트를 쳐서 영화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멋진 배우들도 나오는 것 같고 우리나라에 꼭 필요하면서도 시기적절한 영화입니다. 물론 그전에 나온 이 책이 선구자처럼 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책으로 인정을 받았으니까 영화도 나올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지 않았습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묘한 거부감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 안 읽어 봐도 무슨 내용인지 대충 알 것 같아서 굳이 사거나 구해서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소설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소설이 놓여 있는 책장에서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묻어 있는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습니다. 제목은 "그녀 이름은 _____"이었습니다. 작가의 소개를 보니 "82년생 김지영"을 쓴 작가라고 쓰여 있더군요. 왜 이렇게 책에 때가 묻어 있는지 알 수 있었죠. 

 

굉장히 특이한 형태의 소설입니다. 이것을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은 서른 개 정도의 짧은 글을 묶어서 만들었습니다. 모든 글은 각각 특정한 사람과 인터뷰를 한 이후에 그 내용을 토대로 쓴 것이고요. 그대로 썼다면 소설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아마도 그 내용을 토대로 작가가 각색한 내용일 것입니다. 각각의 글이 모두 다른 사람이 다른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일을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일종의 맥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각각의 글의 토대를 제공했던 사람들이 여기에 나온 대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주인공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영리함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작가는 여자분들만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부 여자들의 이야기이고요. 여자들의 입장에서 나온 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들의 억압받고 위협받는 차별받는 상황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과 더불어 그것들을 견뎌 내야 하는 어려움과 고통, 압박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는 남자이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라고 짐작이 될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상황의 묘사만으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작가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너는 너로 살아. 누구의 무엇으로 살지 말고, 너는 너로 살아." 이렇게요. 아마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이 다 여기에 나온 글처럼 대응하거나 결심하고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 글은 소설입니다.

 

제가 읽어 본 소설 중에 이런 소설은 처음입니다.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짧은 글을 엮어서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새로운 형식의 소설로 보입니다. 소설이라고 표지에 쓰여 있지 않다면 수필로 오인받을 수 있는 글입니다. 마치 작가는 각 사람들에게 지령을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지 소설이라는 형태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도 해 봅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남주 작가의 깔끔한 문체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단점을 하나 꼽자면 소설을 읽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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