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실질적인 글쓰기 참고서_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설왕은 2019. 10. 12. 22:54

세상에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은 많습니다. 이런저런 책이 있는데 어떤 책은 도움이 되고 어떤 책은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책도 있습니다. 저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으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별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이 책에서 유시민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서 다룬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항상 중요하죠.

 

사람들은 글을 왜 쓰는 걸까요?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취향이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글을 어렵고 복잡하게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학문적인 글이나 혹은 논증적인 글의 경우에도 이 글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정도로 어렵게 꼬아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글을 읽는 사람은 글을 쓴 사람이 뭔가 많이 아는 것 같은데 그 뜻을 제대로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글들을 정말 많이 접해 보았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그것은 저는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글을 쓰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면 글이 어렵게 나올 수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니까 어렵게 설명이 되는 것이겠죠. 둘째, 글을 쓰는 목적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서 글을 쓰면 글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일부러 꼬아서 쓰게 됩니다. 그러면 읽는 사람이 그 글을 읽고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너 잘났다'라고 생각하며 글 읽기를 중단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이런 독자의 태도는 글쓴이를 기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글쓴 목적 자체가 자신을 자랑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어려운 글쓰기를 반대합니다.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어려운 글쓰기는 쓸데없는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라고 주장합니다. 3부 책 읽기와 글쓰기에서 네 번째 글의 제목이 "말이 글보다 먼저다"입니다. 이 글에서 유시민은 생각의 형성을 위해서 글보다 말이 먼저라고 주장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글이 주장하는 바도 바로 이 소제목과 비슷합니다.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훨씬 쉬울 것입니다. 

 

저는 여덟 개의 큰 주제 파트에서 특별히 다섯 번째 부분이 글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5부 "못난 글을 피하는 법"을 주제로 7개의 짧은 글이 들어가 있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못난 글 알아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읽어 보라는 것입니다. 읽어서 입에 잘 감기고 이해가 잘 되면 좋은 글이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다소 충격적이었던 글은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는 노래에서 "나의 살던 고향"이라는 말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사실이 충격이었는데 왜냐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고 부르던 것이 사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식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 몰랐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여기서 유시민은 복문보다는 단문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유는 위에 언급한 것과 같습니다. 단문이 복문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순한 이유이죠. 그렇다고 대명사나 모호한 말들로 말을 뭉개는 것은 좋은 글쓰기가 아닙니다. 이런 화법을 저자는 "거시기 화법"이라고 언급하며 피할 것을 권고합니다. 글을 쓸 때 '것'이나 '부분'과 같은 모호한 말들은 피하고 명료한 말을 쓰는 것이 좋다고 충고합니다. 

 

이 책의 특이점은 저자 스스로도 자신이 말하는 좋은 글쓰기 방법에 따라서 이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단문 중심이고 아주 쉽게 쓰인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뽐내려는 생각이 조금도 엿보이지 않습니다. 모호하고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문장이 거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자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하지만 또한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유시민의 말을 듣거나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오해하기가 힘들 정도로 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든요. 그러니까 유시민이 자신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곰곰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정확하게 말해주니까요.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정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좋은 책이라면 반복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다시 읽으면서 자신이 제대로 글을 쓰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5부 "못난 글을 피하는 법"은 정말 1년에 한 번은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