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개성을 발휘하고 반론권을 보장하라_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설왕은 2019. 12.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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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의 자유론은 자유에 대해 말하는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19세기의 학자로 자유론은 1859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 1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유를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책이 바로 이 책 "자유론"입니다. 저자나 책이 매우 유명하지만 저는 이 책의 제목이 너무 단조롭게 들려서 별로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라 시대에 뒤떨어진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루다가 그래도 자유에 대해서 말하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서 최근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파주: (주)현대지성, 2018) 현대지성 클래식 20

 

이 책은 제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저자가 학자로서 다른 학자들의 연구나 역사에서 발생한 사례나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분석 등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개성이 허용돼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으며 사상의 발전을 위해서 토론이 꼭 필요하다.

 

중심 내용은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질문을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개성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요? 개성이 조건 없이 허용된다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이 필요할 것입니다. 책의 후반부는 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개성을 개인의 자유로 이해한다면 이 책은 개인의 자유 발현과 사회의 발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상하기 쉽습니다.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성이 허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밀의 대답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특한 주장,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주장은 개인의 자유 발현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온 지 150여 년이 지났지만 이 주장이 참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이 책의 주장과 다르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튀는 개인을 억눌러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안녕과 성장을 위해서는 튀는 소수의 목소리를 무시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요. 우리는 국론이 통일되어야 사회가 일치단결해서 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의 자유론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1장 서론

제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제3장 인류의 복리를 위해 필수적인 개성

제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

제5장 적용

 

자유론이 "사상과 토론의 자유"부터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한 구조입니다. 그 이유는 누구의 의견이든 간에 그 의견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힘주어 말하기 위함입니다. 반대 의견을 말할 자유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밀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기독교를 박해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주목하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러므로 자기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보다 더 현명하고 더 선하며, 현존하는 모든 지혜에 더 정통하고, 지성에 있어서 그를 능가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일에서 더 진지하고, 일단 진리를 찾은 후에는 온 마음으로 그 진리에 헌신함에 있어서 그를 뛰어넘는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 자신과 다수가 힘을 합쳐서 제시한 의견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고 전제하고서, 어떤 특정한 의견들을 전파하는 자들은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78)

 

밀이 기독교 도덕에 대해 지적한 것도 매우 일리 있는 설명입니다. 밀은 기독교 "도덕의 이상은 선을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행함으로써 고귀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악을 소극적으로 피해서 죄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122-23) 그래서 기독교인은 타인과 접촉을 꺼리고 자신이 천국에 가기 위한 일에만 몰두하는 이기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제3장에서 눈에 띄는 주장은 욕망과 충동에 대한 밀의 견해였습니다. 밀은 욕망과 충동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욕망과 충동이 위험한 때는 오직 균형이 깨질 때만이라고 주장합니다.(142)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금은 인간의 본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개개인의 충동과 선호가 지나치게 많고 활발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도리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144)

 

밀의 견해에 따르면 천재는 다른 사람보다 개성이 훨씬 더 강한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대중은 천재가 개성을 발휘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데 밀은 이것을 허락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내가 요구하는 것은 천재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보여줄 자유를 갖게 해 달라는 것이 전부다." (156)

 

마지막으로 제5장 적용에서, 밀은 자유론을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할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211)

 

첫째, 타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동에는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둘째, 타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에는 사회적 책임을 진다.

 

사실 너무 당연한 명제입니다. 구체적 사례에서는 좀 더 고려해야할 요소가 있지만 기본 원칙은 위와 같습니다. 별로 색다른 것은 아니지요. 

 

밀의 자유론을 다시 정리합니다. 

 

첫째, 반론권은 항상 보장해야 한다. 

둘째, 개성의 발휘는 사회를 발전시킨다. 

 

참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밀의 자유론은 지금도 우리가 계속 기억하고 적용해야 할 주장입니다. 그리고 밀의 주장의 핵심에는 그다지 반론할 것이 없습니다.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데 반론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밀의 주장에 따르면 그 주장이 진리로 거의 굳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아마도 밀의 자유론이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밀의 자유론에서 초점은 자유로운 개인이 아닌 자유로운 사회입니다. 밀이 대답하고 싶은 질문은 "어떻게 우리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반론권을 보장하고 사회 구성원이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라면 밀의 자유론은 반드시 실천해야 할 행동 수칙입니다. 밀의 자유론은 제가 예상했던 내용과 달랐지만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꼭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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