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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로렌스 형제 "하나님의 임재 연습"_인정하고 인식하라

설왕은 2022. 1. 17. 09:00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프랑스의 한 수도사가 지은 책입니다. 기독교 고전 가운데 하나이죠. 유명한 책이고 많은 사람이 읽은 책입니다. 제목이 좋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제목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매우 오래된 책입니다. 초판이 1996년에 나왔고 2000년에 인쇄된 30쇄 발행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30쇄를 인쇄한 것을 보면 꽤 많이 팔린 책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두란노에서 나온 책이고요. 책 앞날개에 보면 저자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렌스 형제 (Brother Lawrence, 1611-1691)
프랑스 로레인 지방 니콜라스 헤르만 가에서 출생. 잠시 동안의 운동선수, 군인 생활 이후 파리 갈멜 수도회에 들어가 평생을 수도사로 생활함. 특히 하나님과 긴밀한 동행과 그로 인한 담백한 성품으로 유명하다.

 

 

저는 저자가 로렌스 형제여서 형제 두 사람이 같이 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고요. 아마도 이 수도사는 스스로를 로렌스 형제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마치 OOO 목사, OOO 신부와 같은 호칭입니다. 이 책은 로렌스 형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은 책이 아니라 그의 글을 모아서 엮어 놓은 책입니다. 로렌스 형제가 출판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니라 그가 쓴 편지와 짧은 글을 모으고 그와 대화한 내용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부 내용은 로렌스 형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책은 1부 대화, 2부 편지, 3부 잠언, 4부 생애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각 부분의 제목이 두 글자네요. 그리고 책으로 기획된 글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잘 짜인 글은 아닙니다. 

 

저는 책 제목을 보고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겠구나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하라는 권면을 담고 있습니다. 방법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요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로렌스 형제는 삶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훈련을 계속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였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과 함께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며 살 수 있을지 그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로렌스 형제는 특별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로렌스 형제가 터득한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순히 자신의 평범한 일상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는 맡겨진 일과를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순종의 마음으로 감당했으며, 늘 자신의 그 사랑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순결한 것이 되게 하고자 했다.
그는 기도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중대한 과오라고 믿었다. 경건의 시간에 드리는 우리의 기도가 우리를 그분과 연합하게 한다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다른 모든 활동들도 우리를 그분과 하나 되게 해야만 한다. (28)

 

 

 

사실 이게 다입니다. 로렌스 형제가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방법은 평범한 일상사를 사랑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기 위해서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거나 금식을 한다거나 특별한 수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하게 진심으로 수행하고 와중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말 담백하게 하나님께 말하는 것이죠. 좀 더 줄여서 말하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나님께 하라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방법이라고 로렌스 형제는 무심하게 '툭' 던지고 있습니다. 

 

한 편지에서 로렌스 형제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나 허드렛일을 할 때에도 심령을 그분께 올려 드리십시오.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순간에 그분을 기억하는 것이 그분을 기쁘게 해 드리기 때문입니다. 꼭 큰소리로 기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은 자매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계신 분입니다.
하나님의 임재 속에 거한다는 것은 꼭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예배처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원할 때면 언제든지 그리로 나아가 하나님께 은밀하게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한 대화는 참으로 다정하고 부드러운 대화가 될 수 있으며, 또 누구라도 그것을 누릴 수 있습니다. (44-45)

 

 

로렌스 형제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현대인은 어떤 것을 대상화해서 그것을 쟁취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라고 하니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임재"라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또는 내 삶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쟁취할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렌스 형제에게 하나님의 임재는 쟁취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은 마치 공기와 같은 것이죠. 우리가 공기를 얻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은 그에게는 사실이고 진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기도가 필요합니다. 기도는 눈을 감고 무릎을 꿇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계시기 때문에 그저 그에게 말을 걸면 됩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 상황에 걸맞은 방법으로 하나님과 대화하기를 힘써야 한다. 이는 암송해 둔 기도문을 외운다거나 미리 준비한 생각을 그대로 반복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고 단순하게 그때그때 입에서 나오는 말로 우리의 심령을 하나님께 내어 보이는 것을 말한다. (76)

 

로렌스 형제가 말하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라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특별할 것이 없어서 더 특별하게 생각되는 방법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로렌스 형제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는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이미 함께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공기와 함께 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식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자꾸 나 자신에게 다시 알려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인 사실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우리가 자꾸 잊어버리는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우리와 가까이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산만하지만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군요.

 

"고전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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