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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설왕은 2019. 1. 31. 13:55

 

 

제목: ‘도망친다면파국이다

 

 

책은 제목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제목에는 자유 뒤에 조사가 붙어 있습니다. “로부터 인데요. 일본어가 이런 식으로 조사 사용한 이중조사표현이 많다고 합니다. 문법적으로 완전히 틀렸다고는 말할 없지만 자연스러운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책의 제목 자체가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느낌이네요.

 

자유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싶다 명제는 증명할 필요도 없이 이라고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나, 프롬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는 인간은 자유를 누릴 힘이 없어 그로부터 도망친다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는 말이죠.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자유를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할까요? 프롬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고 또한 역사적으로 이에 대한 여러 증거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프롬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먼저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자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우리가 자유로부터 도망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있을 테니까요. 프롬이 말하는 자유의 의미는 크게 가지입니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입니다. 소극적 자유는 ‘~로부터 자유(freedom from)’이고요, 적극적 자유는 ‘~ 대한 자유(freedom to)’입니다. (p.33) 소극적 자유는 속박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한다고 있고요. 적극적 자유는 자발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롬은 일곱 개의 (chapter) 통해서 인류 역사가 어떻게 자유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자유의 성장이란 ‘~로부터 자유 늘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종교적 속박으로부터 자유, 봉건군주적 압제로부터 자유, 경제적 결핍으로부터 자유 등을 의미합니다. 프롬이 주장하는 바를 간단히 요약하면 인류의 역사는 ‘~로부터 자유 점점 많이 확보하였지만 ‘~ 대한 자유로는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지만 자유를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해서 다른 속박에 자기자신을 묶어 두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인간은 적극적인 자유로부터 도망가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인간은 속박이나 조직으로부터 벗어날 생기는 고립감과 불안감, 무력감을 견딜 없기 때문이죠.

 

 

프롬에 따르면 개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중세 말기에 태어납니다. 개인의 자유라는 개념도 때부터 생겨난 것이겠죠. 프롬은 말합니다. “중세사회는 개인으로부터 자유를 빼앗지 않았다. 그때는 아직 개인이라는 관념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42) 따라서 프롬은 중세 말기부터의 역사를 조망합니다.  개인이라는 관념 자체가 생겨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개인은 경제적 정치적인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그는 새로운 조직 속에서 활동적이며 독립적인 역할을 다함으로써 적극적인 자유를 획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일찍이 그에게 안전함과 소속감을 부여해 주기도 했던 속박들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었던 폐쇄된 삶은 종말을 고했다. 세계는 막막하고 두려움으로 가득한 것이 되었다." (56p)

 

인간은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덕분에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었지요. 어쩌면 인간은 자유보다는 의미를 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을 없는 자유란 인간에겐 무거운 짐이 테니까요. 프롬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은 그런 부담스러운 자유보다는 삶의 의미를 부여받는 속박이나 복종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3 종교개혁 시대의 자유에서 프롬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새로운 종교적 원리는 중산계급의 구성원이 느끼고 있던 것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합리화시켜 체계화함으로써 확대시키고 강화했다. 새로운 종교는 이상의 , 개인에게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자기 자신의 무력함과 인간 본성의 사악함을 철저하게 시인함으로써 생애를 속죄하는 과정으로 삼아, 극도의 자기비하와 끊임없는 노력으로써 비로소 회의와 불안을 능히 극복할 있다고 가르쳤다." (87p)

 

프롬에 따르면 위와 같은 이유가 루터와 칼뱅의 종교개혁이 성공할 있는 이유였습니다. 종교개혁은 갑작스러운 자유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중산계급 대중들의 불안을 해소시켰던 일종의 집단 도피 현상이었던 것이죠. 프롬은 종교개혁을 역사의 진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종교개혁은 자유를 찾으라는 시대적 요구를 방해했으니까요. 5장에서 프롬은 가지 도피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권위주의에 순종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인간이 자동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의 성공은 도피의 메커니즘 번째에 해당하겠네요. 프롬은 나치즘이 성공할 있었던 것도 이런 도피의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근대인에게 자유의 의미는 무엇인가, 근대인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함으로써,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외적인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익명의 권위에 협조하여 자기의 것이 아닌 자기를 받아들인다낙천주의와 창의의 겉치레에도 불구하고, 근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압도되었으며, 바로 때문에 마치 마비된 것처럼 다가오는 파국 바라보고만 있다.” (p. 212-13)

 

자유를 인식하지 못하고 또다른 속박을 찾는 사람이나 혹은 자유를 얻었지만 고의적으로 자유를 걷어차거나 그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에게 프롬은 이렇게 경고할 같습니다.

 

파국이다.”

 

자유의 성장 측면에서 역사는 굴러가고 있었는데요. 현대인들에 의해 이러한 진보의 역사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적극적인 자유는 또한 다음과 같은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 독자적인 개인의 자아보다 높은 힘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그의 삶의 중심이며 목적이라는 , 개체성의 성장과 실현은 목적 자체로서, 설사 보다 존엄을 가지는 같이 여겨지는 목표에도 결코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p.220)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말고, 혼자서 해보라는 말입니다. 삶의 의미는 스스로 찾아보라는 얘기입니다. 누가 정해줄 없다네요. 세상에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뚜벅뚜벅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밀라는 주장입니다. 무섭기는 무섭네요.

 

자유할 준비 되셨습니까? 도망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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