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신학노트] 하나님 나라의 의미_폴 틸리히

설왕은 2019. 7. 26. 06:19

하나님 나라의 의미에 대해 신학자 폴 틸리히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폴틸리히 조직신학 V, 97-98)

 

1. 정치적인 의미

정치적인 의미로서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 영역이 아닌 하나님의 통치력 자체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으로서 새로운 현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의 정치적 의미는 우주적 상징으로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하나님은 왕으로서 상징화되는데 이는 특별한 정치적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왕'은 하나님 나라의 중심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사용될 뿐입니다. 틸리히는 하나님 나라의 왕은 이중적인 상징화라고 표현합니다. 

 

2. 사회적인 의미

사회적인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는 평화와 정의의 관념을 포함합니다. 이 의미는 정치적인 의미와 대립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하나님 나라는 유토피아적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하나님의'라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이 세상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암시합니다. 

 

3. 인격적주의적 의미

하나님의 나라는 개인 인간성의 소멸이 아닌 궁극적인 성취를 뜻합니다. 

 

4. 보편성의 의미

하나님 나라는 인간만이 적용되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생명의 성취입니다. 바울은 이것을 "하나님은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되신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Comments

하나님 나라의 의미에 대한 설명 중 정치적인 의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오해는 '왕'에 대한 오해로 인한 것이 가장 큽니다. 일종의 새로운 통치 형태로 생각하는 것이죠. 새로운 통치 형태인데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왕이 다스리는 왕권 국가에서 왕의 위치에 하나님을 모셔 놓은 국가 형태를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세상의 왕이 된 적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지 형태, 국가 형태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왕'의 의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전제군주제이건 입헌군주제이건 간에 이런 식의 국가 형태로는 개개인의 인격성은 말살되기 쉽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평화는 유지될 수 있어도 개인의 자유와 평화, 정의의 영역은 심각하게 침범당할 수 있습니다. 개인 인간성이 소멸됩니다. 

 

Christ the King of Kings, Greece, c. 1600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따라서, 왕의 의미를 이중적인 상징화로 보는 틸리히의 견해는 매우 타당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서 하나님은 하나님 나라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그 중심은 피라미드 구조의 맨꼭대기에 있는 권력의 정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능력과 같습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그 생명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태양이 우월적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서 하나님도 왕이기 때문에 우월적인 권위를 가지고 모든 생명의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하나님 나라의 중심이고 그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의미에서 '왕'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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