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니 마음대로 살아라_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설왕은 2019. 7. 27. 21:32

2013년에 지은 유시민의 책입니다. 책의 앞날개에 저자 소개에 보면 그의 나이가 55세라는 사실이 맨 먼저 등장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책으로 펴낸 것 같습니다. 나이가 쉰다섯 살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주제보다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는 식으로 책을 쓰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는 이제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그 결심을 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책표지부터 볼까요?

 

'이보다 단순할 수는 없다. 이보다 더 깔끔할 수는 없다.' 이런 느낌입니다. 정말 성의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는 책표지입니다. 저자의 명성에 기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인지, 판단할 길은 없지만 참으로 검소한 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 어떻게 살 것인가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책은 장황하게 쓰여져 있지만 저자의 주장은 매우 명료합니다. 한 마디로 하면 '니 마음대로 살아라'입니다. 1장의 첫 번째 글의 제목과도 같습니다. 제목은 "마음 가는 대로 살자"입니다. 그 다음 글의 제목도 동일한 논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은 "내 인생은 나의 것"입니다. "자유의지"라는 제목의 글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1장의 세 번째 글인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글에서 유시민은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실존적인 고민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에는 실존주의 철학을 그냥 무시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었는데요. 저자는 카뮈의 책을 읽었을 때 그 책을 의미 없는 철학적 지껄임 정도로 치부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유작가님과 같은 책을 읽었다는 반가움이 있었습니다. 실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존재 의미는 각자가 발견해야 합니다. 누군가 대신 발견해 주지 않죠. 유시민은 인간의 존재 의미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책의 곳곳에 저자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음악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철학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 책에 핵심 주장에 좀더 살을 붙이면 이렇게 되겠네요.

 

"음악을 즐기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자."

 

유시민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인간은 죽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자주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고백합니다.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의 차례에 보이시죠? "나는 영생이 싫다"라는 제목 말이에요. 진시황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진시황이 영생을 꿈꾸었기 때문에 그는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가 영생을 탐하지 않았다면 그는 훨씬 훌륭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는데요. 제 생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일리가 있는 추측입니다. 

 

에필로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가 어떻게 죽고 싶은지 쓰여 있습니다. 유시민은 슬픈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합니다. 저자는 연암 박지원이 다른 사람들의 웃음 소리와 대화 소리를 들으면서 죽었다는 일화를 전합니다. 그리고 유시민 스스로도 그런 죽음을 맞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자신의 죽음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자기 자신에게도 말하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유작가님은 이 책에 나온대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살기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고요. 그런데, 그렇게 행복한 유시민을 사람들은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한 유시민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작가님, 혼자만 행복할 겁니까? 우리 같이 좀 행복합시다."

 

사람들의 생각도 맞습니다. 어떻게 불행한 지도자가 대중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행복한 사람만이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중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의 행복이 희생된다면 그것은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죠.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그의 주장에서 '사랑'과 '연대'가 놀고 일하는 것보다 앞으로 튀어 나오면 유작가님도 다시 앞으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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