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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후설의 현상학과 현대문명 비판

설왕은 2019. 7. 20. 06:10

1935년에 후설이 오스트리아 빈문화협회에서 강연한 내용 "유럽 인간성의 위기에서 철학"이 1부, 대영백과사전의 현상학 항목에 대한 후설의 설명을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후설 선생님이 1859년에 태어났고 1938년에 돌아가셨으니까 교수 은퇴하시고 돌아가시기 3년 전에 강연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후설의 사상이 전반적으로 잘 녹아 들어가 있는 강연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후설은 강의를 잘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논지가 아무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읽기 그 뜻을 파악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에드먼드 후설


"나 역시 유럽의 위기는 길을 잘못 들어선 합리주의가 원인이라고 확신한다." (74p)

이 책을 편역한 저자는 각주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합리주의'란 '물리학적 객관주의"를 의미하며 후설은 이러한 합리주의적 경향성이 '선험적 주관주의'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후설의 설명으로 20세기 유럽의 합리주의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과학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은 단지 '주관적인 것'이 모두 배제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자연과학의 방법은 주관적으로 표상하는 방식으로 제시되면서 객관적으로 규정한다는 점을 자명한 사실로 인정한다. 따라서 그러한 사람은 심리적인 것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참된 것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동시에 물리학자가 배제했던 '주관적인 것'은 곧 심리학 속에서 '심리적인 것'으로 탐구되어야 한다는 점도 가정된다.' (86p)

마지막 결어는

"왜냐하면 정신만이 불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p)

심리학에 대한 후설의 지적은 매우 예리합니다. 인간의 가장 주관적인 활동이라고 여겨지는 것조차 물리학적 객관주의 관점에서 연구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리학에서 그에 대한 반성이 꽤 이루어졌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분야라서 최근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모르겠지만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경험을 유투브로 올리는 요새의 분위기는 '어떤 한 개인의 경험은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최근의 유투브 유행은 '물리학적 객관주의'에 대한 반란일지도 모르죠.    

철학자를 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해설서보다는 그 사람이 직접 쓴 글을 읽는 게 좋습니다. 모래를 씹는 것처럼 서걱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후설의 현상학을 알고 싶고, 빨리 알고 싶고, 그리고 책도 한 권 읽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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