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신학노트]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설왕은 2019. 8. 16. 17:13

(마 6:33, 개정)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아마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듣는 성경 구절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인데요. 노래도 있습니다. 노래로 지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말씀이라는 뜻도 되겠지요. 그런데 많이들 오해되고 있는 말씀이 이 말씀입니다. 일단, 궁금한 것은 두 가지일 수 있습니다. 첫째, 그의 나라, 둘째 그의 의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그의 의"에 대해서만 다루겠습니다. "그의 의"가 헷갈리는 이유는 문맥상 '의'가 '뜻'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 말씀을 듣거나 혹은 이 말씀으로 되어 있는 노래를 부를 때도 '아, 여기서 의가 뭐였더라?'라고 궁금증이 들어서 성경을 찾아본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문맥상으로는 그의 의는 그의 뜻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의 의는 그의 뜻이 아닙니다. 영어로 보죠. 

 

But strive first for the kingdom of God and his righteousness, and all these things will be given to you as well.  (마 6:33, NRSV) 

 

영어로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의는 '의로움'입니다.

 

영어로는 righteousness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의라는 것, 그의 의로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을 사실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의로움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어와 뜻이 많이, 매우 많이 다릅니다. 번역상의 문제이기도 하고, 히브리어나 헬라어의 단어를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우리나라 말이나 영어 단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영어 번역이나 우리나라 말 번역은 뜻이 비슷한데요. 성경에 나온 의로움이라는 단어는 뜻이 많이 다릅니다.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구약에서 의는 인격적인 개념이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의무와 요구를 성취하는 것을 뜻한다."

(맥그래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신칭의, 29p)

 

 

의로움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는 맥그래스 스스로 연구해서 밝힌 설명이 아니라 위의 책의 각주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성서학자의 설명입니다. 신약에서도 의로움의 개념은 구약에서의 의로움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당연히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의 전통에서 이해한 의의 개념이 예수님의 시대가 되었다고 갑자기 바뀌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간단히 말하면 '의'는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길게 말하면 두 사람 사이의 의무를 충실히 실행함으로써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의로움이 도덕적인 선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실 의로움이라는 것의 기본적인 의무는 도덕적인 올바름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성경에 나온 의로움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의는 관계 회복, 관계 확립의 의미이기 때문에 쌍방 간의 문제입니다. 항상 쌍방 간의 문제입니다. 의로움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수양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서적

알리스터 맥그래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신칭의 (서울, 생명의 말씀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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