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신학노트]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설왕은 2019. 8. 2. 08:02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성부수난설과는 다릅니다. 물론, 의미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말입니다. 전자는 한글 표현이고 후자는 한자표현이네요. 성부수난설은 기독교의 정통교리가 아닙니다. 이단으로 배척받는 교리입니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재조명받고 있는 표현입니다. 

 

Trinity on a Window of a Church

 

성부수난설이 이단으로 배척받는 이유는 단순하게 말하면 이 이론은 삼위일체론을 배격하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것은 또 신봉합니다. 그러면 예수가 곧 하나님인데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말은 곧 하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희한한 결론이죠. 이는 20세기에 유행한 신죽음의 신학과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부수난설에 따르면 신은 죽었습니다. 언제 죽었나면 이천 년 전에 예수의 십자가에서 신은 죽었습니다. 

 

기독교의 정통교리는 성부수난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몰트만을 비롯한 신학자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말합니다. 최근 신학자들의 견해와 성부수난설이 다른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삼위일체에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은 분은 예수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이기도 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역설적인 설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몰트만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예수의 죽음은 <하나님의 죽음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 <안에서의> 죽음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비록 그 구호가 어떤 올바른 것을 암시해 주지만 <하나님의 죽음>은 기독교 신학의 기원이 될 수 없다."

(290, 몰트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몰트만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하나님 안에서 죽은 예수 그리스도로 표현합니다. 이는 성부수난설이나 하나님의 죽음이라는 주장을 피하기 위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십자가에서 예수와 함께 하나님도 죽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었지만 하나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모순이지만 역설적인 진리를 나타내는 주장입니다. 

 

십자가에서 고난받은 예수에 대해서 하나님이 단순히 마음 아파했다는 동정(compassion)의 원리로 이해하려는 시도도 인정받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십자가 수난 사건에서 하나님의 제삼자적인 관점으로 동정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하는 것은 십자가 사건의 설명으로는 매우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동정하는 사람들은 하나님 말고도 꽤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동정 정도의 마음의 교류로는 예수와 하나님 사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시 설명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은 삼위일체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모순을 동반합니다. 

 

"예수는 하나님이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따라서 하나님도 죽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죽지 않았다." 

 

삼위일체의 논리적인 문제점은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이면서 또한 구분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성자는 성부이지만 성자는 성부가 아니다라는 식의 문제가 항상 발생합니다. 둘 사이의 문제로 보면 둘은 하나이지만 둘은 구별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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