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고시

아찔한 사랑_김용택 "사랑이 다예요"

설왕은 2019. 10. 28. 05:06

[책리뷰] 김용택 "사랑이 다예요"

 

시인 김용택의 사랑시 39편을 모아서 엮어낸 책입니다. 좋은 시만 모아서 만든 책이니까 내용은 당연히 좋고요. 김선형 화백이 그린 청화(파란색 그림)가 시의 옆에서 시를 더욱더 빛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 놀라운 특징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가격입니다. 2015년에 출간된 책인데 가격이 2900원입니다. 책에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학과 교수님이 그리신 그림까지 있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정말 거저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를 보급하기 위한 출판사와 시인의 특단의 조치가 아니었나 짐작해 봅니다. 

 

시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면 좋은데 현재 우리나라의 시들은 함부로 인용을 하면 안 됩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인들이 시인저작권협회 같은 곳에 가입이 되어 있고 그래서 대부분의 시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대개 어떤 책이든 출처를 밝히고 문장이나 꽤 긴 문단도 인용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시는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 연 정도 인용하는 것도 저작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두 행 정도는 그냥 인용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상업적인 출판물에 인용이 될 때는 반드시 저작권료를 내야 하고 블로그나 자신의 SNS에 올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정책은 양날의 검입니다. 물론 시인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가 다른 이들에 의해 인용이 되야 그 시인과 시가 더 유명해지는 것인데요. 이런 식으로 저작권을 열심히 챙기면 아무래도 시를 읽고 나누는 것이 위축이 되겠죠. 시집을 사도 개인적으로 읽어야 하고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시가 아무리 좋아도 널리 알려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시를 소개할 때도 전문을 다 소개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익숙한 시, 전에 읽었던 시는 단 하나였습니다. '연애'라는 시였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만큼 느낌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다음과 같은 구절이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아!

아찔한 

사람

 

 

이 시를 읽었던 때가 아마 10년 전쯤이었던 같은데 그때는 사랑이 아찔한 것으로 느껴졌는데 지금은 제가 변했습니다. 옛날만큼 아찔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같은 시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이번에 눈에 띈 시는 '그대 없을 때'라는 시였습니다. 

 

 

그대 없이는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

둥근 달은

어찌 그리 오래 

허공에 떠 있던지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

 

이 시에서 시인은 그대 없을 때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감정인지 이해가 되었지만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시인의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오월'이라는 시도 좋았습니다. 단 하나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그 연 안에는 네 개의 행밖에 없는데요. 꽃 피는 봄 오월에 꽃처럼 피어나는 행복하고 들뜬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시였습니다. 약간 위험해 보이는 시도 보였습니다. '빈말'이라는 시가 그런 시 중에 하나였는데 아내에게 하는 일상적인 칭찬을 꾸밈없이 쓴 것은 좋은데, 제목이 '빈말'이어서 아내분이 이 시를 본다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랑에 대한 감정이 사람마다 같을 수도 없고 순간마다 다르기도 합니다. '사랑이 다예요' 이 시집에서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많고, 애틋한 느낌보다는 좀 가볍고 밝고 화사하고 설레는 느낌의 시들이 주로 많습니다. 이루어진 사랑,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 표현이 많기 때문에 과장된 표현이라도 아프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사랑에 빠져서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는 분이 읽는다면 그 감정을 더 고조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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