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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문제_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중에서

설왕은 2021. 2. 19. 17:57

"돈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유일한 새로운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어려우면서도 부질없는 문제뿐이다. 이리하여 부자의 도덕적 기반이 발밑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른바 '수단'이란 것이 늘어갈수록 삶의 기회들은 줄어든다. 사람이 부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교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가 가난했을 때 품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35)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원합니다. 그런데 소로우가 주장하는 바는 독특합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주장하는데요. 그 문제는 바로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돈이 많으면 그 고민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부자는 실제로 돈을 여기저기에 쓰게 되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삶의 기회들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많은 것들을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로우의 주장에 반대할 텐데요. 소로우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삶의 기회들을 오히려 박탈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소로우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일단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 혹은 더 많은 물건, 더 좋은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이 잘 사는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공수거인데요. 아무도 죽을 때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사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그 이유는요. 사람의 존재 이유에 대한 대답이 뭉뚱그려서 제시할 수 있는데 그 대답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고요. 또한 정확한 삶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람의 존재 이유는 어떤 것을 소유하기 위함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뭐,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한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소유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을 막기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돈이 많으면 소로우의 말대로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고민의 시간도 늘어나게 되고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어떤 것을 소유하게 되겠지요. 그런 삶이 소로우가 볼 때는 삶의 기회를 오히려 줄이는 삶이라는 것이고요. 저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겠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지면 그것들을 간직하고 관리해야 하는데요. 그것 역시도 삶의 기회를 줄이는 것입니다. 내가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물건이 나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본질은 사실 내 몸과 그리고 나의 시간입니다. 시간도 몸도 영원히 가질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몸도 역시 사라지니까요. 시간이라는 것도 내가 움켜쥘 수는 없습니다. 그냥 우리는 순간순간을 살아갈 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시간을 물건을 고르고 사고 관리하는 데 다 보낸다면, 그것은 내가 물건을 소유한 것일까요, 아니면 물건이 나를 소유한 것일까요? 

 

삶을 소유를 위한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삶은 무엇을 하기 위한 기회일까요? 어떤 기회로 삼아야 할까요? 삶을 웃음을 위한 기회로 삼아 봅시다. 웃을 기회입니다. 그리고 웃길 기회입니다. 내가 웃고 또 타인을 웃게 할 기회로 삼아 봅시다.

 

Image by Kranich17 from Pixabay  

어떻게 나도 웃고 남도 웃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삶을 웃을 기회, 웃길 기회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세상살이가 훨씬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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