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단편소설

[세계단편소설] 막심 고리키 "2인조 도둑"_세게 땅바닥을 쳤다

설왕은 2022. 7. 4. 22:18

막심 고리키(1868-1936)는 러시아의 소설가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가난한 성장기를 겪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선구자,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리키는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한 노동자 계층의 삶을 현실감 있게 다루었다. 

 

"2인조 도둑"은 가난한 두 명의 도둑의 삶을 그리고 있다. 두 명의 도둑, 우포바유시치와 플라시 노가는 자질구레한 것을 훔치거나 새를 잡아서 팔거나 나물을 뜯어서 파는 등 먹고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궁핍했고 우포바유시치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망아지를 훔쳐서 비싼 값에 팔기로 마음먹었다. 망아지를 훔쳐서 끌고 가던 중 망아지는 개울에 빠져서 놓쳐 버리고 두 사람은 계속 길을 가다가 우포바유시치는 병이 악화되어 피를 토하고 죽는다. 플라시 노가는 우포바유시치를 위해 짧게 애도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도둑질은 나쁜 행동이고 도둑을 옹호하기는 어렵지만 2인조 도둑에 대한 고리키의 시선은 매우 따뜻하다. 따뜻하다기보다는 그냥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냥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다. 도둑질을 옹호하려는 듯한 문장은 없다. 도둑질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도둑질을 옹호하는 발언은 없으나 2인조 도둑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이들의 도둑질에 대해 심하게 질타할 수 없다. 도둑질이라는 행위에 집중하면 이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전체 삶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저지르는 도둑질이라는 악행을 손가락질하기 힘들어진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런 시선 자체가 애정 어린 시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도둑질에 집중하지 '도둑의 삶'에는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리키는 도둑의 삶을 살펴본다. 도둑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살려고 하는 여러 가지 일들로 충분한 식량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고 주변에서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면 도둑질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은 망아지를 훔치기로 했지만 우포바유시치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망아지의 주인이 갖게 될 상실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망아지를 훔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플라시 노가는 그들 스스로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망아지를 훔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역설한다. 망아지 주인도 망아지를 잃으면 괴롭겠지만 2인조 도둑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야 한다면 불쌍한 사람들인 것은 확실하다. 누가 더 불쌍할까? 아마 도둑들이 더 불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포바유시치는 설득당한다. 

 

이 소설을 보고 있자면 2인조 도둑을 나무랄 수 없다. 결국 우포바유시치는 죽는다. 죽기 전에 망아지를 훔친 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플라시 노가에게도 용서를 구한다. 플라시 노가도 우포바유시치에게 용서를 구한다. 서로 무엇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들의 도둑질은 그들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한 것일까? 고리키는 여기에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플라시 노가도 책임자를 지목하지 않는다. 우포바유시치가 죽자 플라시 노가는 다음과 같이 한다. 

 

플라시 노가는 한동안 친구 곁에 앉아 있었다. 얼마 뒤 플라시 노가는 모자를 벗고 가슴에 성호를 그은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썹과 윗수염은 성난 것처럼 보였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세게 땅바닥을 쳤다. 마치 땅바닥을 아프게 하겠다고 각오를 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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