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고시

[시] 드라이든 "사랑"_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

설왕은 2023. 1. 27. 23:08
아, 사랑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아, 젊은 욕망은 얼마나 즐거운가!
처음 사랑의 불에 다가서면
즐거운 아픔을 느낀다!
사람의 아픔은 모든 다른 
기쁨보다 훨씬 감미롭다.

애인들이 내쉬는 한숨은
조용히 가슴을 부풀게 한다. 
홀로 흘리는 눈물도
흐르는 향유처럼
그 아픔을 낫게 한다.
숨결 잃은 애인들도 아무 괴로움
못 느끼며 피 흘리며 죽는다.
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
떠나는 벗처럼 대하라.
청춘에 주어지는 황금빛
선물을 마다하지 마라.
해마다 그 값은 더해 가고
전만큼 단순치 않으니.

봄철의 밀물처럼 가득하고 높은 사랑은
젊은 핏줄마다 용솟음친다.
그러나 조수마다 공급을 줄이고
드디어 그 선물을 다해 버린다.
노년에 홍수가 일지라도
그것은 단지 빗물, 깨끗이 흐르지 못한다. 

 

 

존 드라이든(1631-1700)은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 비평가이다. 17세기에는 이렇게 용감한 시가 인기를 끌었나 보다. 주저함이 없다. 젊은이들을 막 사랑으로 밀어 넣는다. 사랑이 선택의 문제가 되어 버린지 꽤 된 것 같은데 드라이든은 꼰대처럼 막 다그친다. 사랑을 하라고. 젊은이가 뭘 해야 하냐고? 당연히 사랑이지. 이렇게 말한다. 반갑다. 이렇게 강력하게 사랑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반갑다. 현대는 연애도 선택, 결혼도 선택, 출산도 선택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뭐, 선택할 수도 있지. 그러나 사랑마저도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생에 다른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사랑과 시간을 아껴 쓰라"와 "떠나는 벗처럼 대하라"였다. 사랑을 해야 한다고 의무로 가르칠 일은 아닌데 요새는 그런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을 아껴 쓰듯이 사랑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시간을 낭비로 여기지 말고 그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텐데. 사람들은 돈을 아껴 쓰고 돈 버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랑은 사치나 낭비로 여길 때가 많다. 드라이든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빈둥거리지 말고 사랑해라. 다른 데 한눈팔지 말고 사랑해라. 사랑하는 벗이 멀리 떠난다면 얼마나 애틋한 마음으로 그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무 때나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이 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젊을 때 그런 사랑이 온다면 떠나는 벗을 대하듯 온통 집중해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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