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고시

[시] 셰익스피어 "그대는 내게서 본다"_헤어질 준비

설왕은 2023. 1. 30. 09:00

제목: 그대는 내게서 본다

 

찬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몇 잎 누런 잎새 앙상한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엊그제 아름다운 새들 노래했건만
지금은 폐허된 성당 또한 내게서 본다.
만물을 휴식 속에 감싸는 제2의 죽음인,
검은 밤이 서서히 데려가는 석양이
서산에 파리하게 진 후의 황혼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청춘을 키워준 열정에
그만 활활 불타 죽음처럼 사그라진
그 젊음의 잿더미 속에 가물거리는
청춘의 잔해를 내게서 보았거든,
그대 날 사랑하는 마음 더욱 강해지거라.
머지않아 그댄 내게서 떠나야 할 사람이거든.

 

 

셰익스피어가 쓴 시는 처음 읽어 본다. 극작가이기는 했지만 시도 썼을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처음 읽어 본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대가 내게서 보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누런 잎새가 붙어 있는 앙상한 계절을 내게서 보고 폐허가 된 성당을 내게서 본다. 쓸쓸한 느낌의 황혼을 내게서 보고 청춘의 잔해를 내게서 본다. 과연 무슨 상황일지 궁금하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아닌 다 타고난 재를 나에게서 보는 상대방은 어떤 마음인 걸까? 나를 떠나려는 걸까? 나를 버리려는 걸까? 나를 버린다고 말했고 그래서 나는 폐허가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나는 그대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인 걸까?  그래서 일부러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일까? 앙상한 계절을 폐허가 된 성당을 보여 주는 것일까? 그대가 나를 온전히 떠나갈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헤어져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어야 할까? 아니면 이 시처럼 앙상한 계절을 보여 주어야 할까? 파리해진 나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그대가 날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강해질까? 더 강해지라는 시인의 명령을 과연 실행이 될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대의 사랑으로 한 사람이 찬란한 계절을 보냈고 그대의 사랑이 멀어지자 그 사람의 찬란함이 종말을 고했다는 것은 그대의 사랑이 그만큼 효력이 있었다는 거니까. 그렇다면 그대가 날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강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그대의 사랑이 가진 생명력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참 복잡하다. 

 

😁 가슴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빗속을 걸어라"(설왕은 지음)
http://aladin.kr/p/5PE5P

❤️ 예수의 비유로 풀어 본 사랑 이야기 "사랑해설"(설왕은 지음)
http://aladin.kr/p/0L760

🛐 예수님이 가르쳐 준 기도, 제대로 알고 합시다 "주기도문으로 응답하라" (설왕은 지음)
http://aladin.kr/p/RMivn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