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고시

[시] 존 던 "사랑의 식단 조절"_나의 사랑은 다이어트 좀 해야 해

설왕은 2023. 3. 1. 22:49
사랑의 식단 조절

나의 사랑은 너무나 육중해 다루기 힘들고
무척이나 거추장스럽게 비대해졌으리라.
만일 내가 그 사랑을 줄여 
균형을 맞추려고
식단을 조절하고, 사랑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리 분별'이란 식사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한편으론 내 운명과 잘못에서 비롯하는 한숨을
나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때때로 그가 은밀하게
내 애인의 가슴에서 여성의 한숨을 끌어내어
그것으로 포식할 생각을 하면, 나는 그에게 알려 주었다.
그 한숨은 순수한 것도, 나를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라고.

만일 그가 내 눈물을 짜내면, 나는 그 눈물을 경멸이나
수치로 짜게 절여, 그에게 영양분이 되지 않게 했다.
만일 그가 그녀의 눈물을 빨면, 나는 그에게 
알려 주었다. 그가 빤 것은 눈물이 아니며,
그가 먹은 음식처럼, 그가 마신 것도 가짜였노라고,
모두에게 시선을 주는 눈은 눈물이 아니라 땀을 흘린다고.

그가 구술하는 것을 나는 모두 다 받아 적었지만,
내 편지들은 불태웠다. 그녀가 나에게 편지를 하고,
그래서 그 은혜가 그를 살찌게 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설령 이것으로 인해
어떤 권리가 주어진다 한들, 아, 서열상
마흔 번째 이름이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무엇에든, 언제든, 어떻게든, 어디든 내 뜻대로
날아가도록 나는 나의 말똥가리 사랑을 길들였다. 
이제 나는 운동을 게을리하며 드러눕는다.
그리고 이제 나는 다른 매사냥꾼들이 하듯이,
여자를 꾀고, 맹세하고, 편지하고, 한숨지으며 운다.
그리고 사냥감을 잡든 놓치든, 가서 떠들고 잠잔다.

 

 

존 던이 누구인지 몰랐을 때 이 시를 읽고 굉장히 찌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는 자신의 사랑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자신의 사랑이 너무 육중해서 다루기 힘들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재기 발랄한 생각이다. 자신의 사랑이 너무 비대해져서 조절이 불가능해져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막 갈까 봐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자신의 사랑에게 착각하지 말라고 다그친다. 여성의 한숨을 끌어내어 그것으로 포식할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 그것은 나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나의 눈물이든 그녀의 눈물이든 어느 쪽의 눈물도 자신의 사랑에게 자양분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눈물은 경멸이나 수치로 짜게 절이겠다고 말하고 그녀의 눈물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은 모두에게 시선을 주기 때문에 나의 사랑에게 줄 눈물이 없다는 것이다. 

 

4연에서 보면 시인은 자신이 그녀에게 마흔 번째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자조한다. 존 던은 도대체 누구를 사랑했던 것일까? 지금으로 치면 연예인 같은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이렇게 많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한번 하지 못하고 착각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다이어트시키면서 괴롭히는 존 던이 너무 찌질하지 않나?

 

마지막 연을 보면 존 던은 사랑의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같다. 나의 말똥가리 사랑을 길들였다고 자화자찬하는 것 같다. 훈련된 말똥가리처럼 자신의 사랑을 마음대로 보내고 돌아오도록 신호를 주면 알아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그다음 행을 보면 자신의 게으름을 고백한다. 이제 운동을 게을리하며 드러눕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관심도 없는 것처럼 사냥감을 잡든 놓치든, 가서 떠들고 잠잔다고... 사랑에 죽고 사는 것처럼 괴로워하며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더니 이제는 왜 관심이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본 사람이 쓴 시 같은데... 존 던은 잉글랜드의 유명한 사제였다. 언제 이 시를 썼는지 잘 모르겠지만, 성직자가 쓴 시라니까 좀 다르게 보이긴 했다. 어떻게든 여자를 꼬셔서 사귀어 보려는 젊은 청년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까 체념하면서 쓴 시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성직자가 이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시를 썼다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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