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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신현철, "진화론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2016)

설왕은 2019. 3. 19. 10:48


2016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진화론의 발전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진화론이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는지 생물의 진화상을 어떻게 우리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 울릉도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식물학 박사로서 학문적으로도 진화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은 매우 친절하고 쉽게 쓰였고 책의 구성도 깔끔합니다. 진화론을 아주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사항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읽을만한 좋은 책입니다.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진화, 닻을 올리다
  2. 진화의 비밀을 찾는 <종의 기원>
  3. 진화와 유전이 만나다
  4. 진화하는 진화론
  5. 진화론, 한국에 오다


제목은 "진화하는 진화론"이지만 책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이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떻게 다윈의 진화론이 세상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의 기원"에 대해서 각 장 별로 요약한 내용이 제 2장 '진화의 비밀을 찾는 <종의 기원>'에 나와 있습니다. 전공자가 아닌 이상 1859년에 나온 종의 기원을 처음부터 정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입니다. 저도 종의 기원을 차근차근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종의 기원을 요약해 준 부분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진화론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책으로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복잡한 이론의 복합체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검증 발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진화론은 사실은 되게 피상적입니다. 그리고 오해하고 있는 사실도 많죠. 우리는 진화론을 대개 원숭이가 사람이 되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은 이것은 진화론이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이어라는 사람은 진화론의 영향을 "오래된 논증"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재인용 구절입니다. (74-75)


첫 번째, 생물 종 하나하나가 공통 조상에서 만들어진 자손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생물 종 모두가 창조되었다는 믿음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자연 세계가 완벽하게 자비로운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쟁 장소로 인식되게 했다.

세 번째, 진화에 의해 변화와 적응이 일어나면, 이러한 변화와 적응 결과가 반드시 진보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입증하여 진보와 완벽함을 추구하던 빅토리아 시대에 커다란 혼란을 유발했다. 

<오래된 논증, pp, 1-2)


저자는 마이어의 진화론 구분을 소개하기도 합니다.(106) 진화론은 (1) 진화 기초 이론, (2) 공동 친연 관계, (3) 종의 증가 이론, (4) 점진주의 이론, (5) 자연 선택 이론 등 다섯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진화론자마다 어떤 이론은 받아들이고 어떤 이론은 받아들이지 않지만 모두 진화론이라고 불러지고 있는 것이죠. 


진화 기초 이론은 세계가 항상 일정하거나 최근에 만들어졌거나 영원히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는 꾸준히 변화하고 있으며 생물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당시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이론이다. 다윈 시대에는 온 세계가 창조자의 설계에 의해 완벽하게 창조되었기에 창조물은 변하지 않고, 그에 따라서 생물도 변하지 않으며, 인간은 다른 생물에 비해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특수 창조를 믿고 있었다. 다윈은 이 특수 창조를 부정했다. 그는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세계가 변화하면서 생물들도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06)


"진화론은 어떻게 진화했는가"는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진화론의 방대한 내용에 비하면 매우 간략한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진화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여러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다면 진화론의 핵심적 주장은 무엇일까요? 저자의 말입니다. 


이러한 진화론의 발달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점은 생물 각각의 종을 이루는 개체들이 다양한 변이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이는 자연이라는 환경 속에서 적응 여부 또는 경쟁 결과에 따라 선택된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가 지닌 특성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지속적으로 차별화가 일어나면서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바뀌는 현상인 진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74)


이 부분이 저자가 생각하는 진화론의 가장 기본적인 주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진화론 안에 있는 다양한 주장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고, 종의 기원의 내용도 대충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화론의 다양한 영향을 간략하게나마 훑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멘델의 유전학이 다윈의 진화론을 구하다'의 부분이 좀 납득이 안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바로 앞부분 '다윈주의의 추락'에 바로 이어진 설명입니다. 이 부분은 제목처럼 멘델의 유전학이 다윈의 진화론에 결합되면서 진화론의 위상이 다시 높아졌다는 내용인데요. 구체적으로 "멘델의 유전 원리와 다윈의 진화론이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동식물에서 나타나는 형태적 변화라는 외부 과정을 유전자 빈도 변화라는 내부 과정으로 전환시켰고, 돌연변이를 자연 선택에 필요한 변이를 축적하는 과정으로 재해석했다"(141). 특별히, "유전자 빈도 변화라는 내부 과정"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대로 이해하려면 더 자세하게 설명한 책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내용인데 설명이 좀 부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진화론에 대해 알고 싶다면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보다 훨씬 더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도킨스 "이기적인 유전자" 비판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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