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나

[철학하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

설왕은 2019. 4. 25. 11: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이 유명한 문장으로 양자역학의 세계를 부정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부정했던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에서는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고 말을 해야 할까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아주 짧은 문장이지만 여러 가지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양자역학적 세계를 부정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고전역학을 옹호하는 말입니다. 고전역학은 예측 가능한 세상입니다.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다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이 가능한 세계가 고전 물리학의 세계입니다. 양자역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는 것이 양자역학적 세계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설명하는 세상은 예측 불가능한 세상입니다. 주사위 놀이라는 말 때문에 이 문장은 양자역학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과 깊은 관련을 맺게 되었습니다. 주사위 놀이는 확률 게임입니다.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 각 면이 나올 확률은 1/6입니다. 주사위 놀이를 많이 하게 되면 각 면이 나오는 횟수를 전체 횟수로 나누면 1/6이 나옵니다. 이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발견될 확률로서 표현됩니다. 정확히 위치를 파악할 수 없고 특정 지점에 발견될 확률만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말 자체에 오류가 있습니다. 이 말 자체가 '전자가 입자로서 존재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우리가 전자를 입자로서 관찰하기 전까지는 입자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모든 물체를 대할 때 위치를 파악합니다. 위치가 있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위치가 있어야 물체로서 파악이 가능합니다. 어떤 물체는 정지해 있을 수도 있지만 운동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보통 물체는 위치와 운동량으로 파악이 됩니다. 

 

양자역학에서 보어의 상보성 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파동으로 존재할 때는 특정 위치에 존재할 수 없고 입자로 존재할 때만 특정 위치에 존재하게 됩니다. 양자역학의 세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전자는 관찰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정확히 맞는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입자로 관찰되기 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파동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파동은 중첩성을 허용합니다. 즉, 파동으로 존재하는 것은 A라는 위치와 B라는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파악하는 물체는 A와 B라는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A에도 있고 B에도 있는 물체를 우리는 존재한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까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관찰자가 관찰 대상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할 수 없다는 식의 설명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거한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그냥 관찰 대상에 대한 정보가 관찰자에 의해서 반드시 교란된다는 의미의 정보의 부정확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정말 불편해했던 양자역학적 원리는 관찰 대상이 관찰자의 결정에 의해 존재하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Rosenblum and Kuttner, Quantum Enigma, 129)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달을 보고 있지 않더라도 나는 달이 거기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양자역학적 원리에 따르면 관찰자가 달을 보고 있지 않으면 달은 거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양자역학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관찰자가 관찰대상은 입자로 관찰하지 아니면 파동으로 관측할지 알 수 없기 때문도 있습니다. 고전역학의 측면에서는 인간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유라는 것은 조건이나 기존의 상황과 상관없이 주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데 고전역학에서는 이런 개념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아인슈타인도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기에 쇼펜하우어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합니다. (Einstein, Ideas and Opinions, 8)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그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과 달리 양자역학 물리학자들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혹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신도 알 수 없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신이 전지전능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는 종교적인 믿음과는 상반되는 입장입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신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참고도서

Bruce Rosenblum and Fred Kuttner, Quantum Enigma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Albert Einstein, Ideas and Opinions (New York: Three Rivers Press, 1982)

 

2019/04/25 - [생각...생각] - [철학하나] 신들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 (니체)

 

[철학하나] 신들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 (니체)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신과 주사위 놀이를 언급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니체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니체(1844-1900)는 아인슈..

wishthewind.tistory.com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