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성경 읽는 법_유진 피터슨 "이 책을 먹으라"

설왕은 2019. 10. 4. 00:15

[책리뷰]유진 피터슨 "이 책을 먹으라"

 

 

제목: 성경 읽는 법, 책 속으로 들어가라

 

저는 이 책을 2007년에 읽고 12년 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다시 읽은 것은 아니고 그냥 유진 피터슨의 글을 가볍게 다시 읽고 싶었습니다. 2007년에 읽었을 때 생각했던 여러 가지 사항을 책의 앞부분에 적어 놓았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Lectio Divina

먹는 게 남는 거다 -> 먹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Great artist는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나는 그 사과의 어떤 영양소가 우리에게 유익한지 말하는 사람일 때가 많다.

force라는 것은 원래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우리가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이 force의 신비가 아닐까?

 

그 밑에도 여러 가지 문장들이 있는데, 저는 두 번째 문장이 마음에 드네요.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설득당했던 것 같습니다. 먹는 게 남는 거고 반대로 먹지 않으면 남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먹어야 한다는 유진 피터슨의 주장에 동의했던 것 같습니다. 

 

피터슨이 말하는 '이 책'은 성경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경험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맛있는 것을 먹듯이 즐겁게 성경을 읽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초반에는 그런 의미로 쓴 것 같기도 한데 전체적으로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성경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경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이죠. 성경을 통해서 어떤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성경 안으로 들어와서 하나님의 역사 안에 들어와 살라는 뜻입니다. 

 

"이 안으로 들어와 살라. 하나님이 만드시고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이 세상 속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인간이 되어 가고 인간으로 성숙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84)

 

유진 피터슨은 우리가 성경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보통 하나님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성경을 읽습니다. 혹은 어떻게 해야 하나님께 응답받을 수 있는지 캐내려고 성경을 읽기도 합니다. 좋은 교훈을 얻어내기 위해서 읽기도 하고요. 아니면, 그냥 독서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합니다. 유진 피터슨에 의하면 이러한 태도로 성경을 읽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의 태도는 성경에 참여하기 위함이 되어야 한다고 유진 피터슨은 거듭 강조해서 말합니다. 

 

"즉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것이 무엇이라 말하는가?'가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그것을 살 수 있는가?'라는 것임을 알리고 싶었다." (290)

 

"성경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굴복하고, 그것을 기도하는 대신에 성경을 소유하고, 옹호하고, 기리는 것은 왜곡된 독서의 엄청난 세계를 은폐한다." (232)

 

유진 피터슨은 우리가 성경을 실천하고 그 안에 들어가서 살기 위해서 성경을 읽으라고 계속해서 주장합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제2부에서 렉치오 디비나에 대해서 저자가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독서라고 알려져 있는 렉치오 디비나도 결국은 성경을 읽고 삶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피터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설명이고요. 거룩한 독서라고 해서 뭔가 특별하고 신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성경의 글자를 단순히 문자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옮기기 위한 독서가 바로 렉치오 디비나라는 것인데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 의도에서 성경은 고상하고 현학적인 언어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로 쓰여졌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지만 딴지를 좀 걸어 보겠습니다.

 

첫째, 300페이지나 되는 책을 한 가지 주제를 위해서 썼는데 제가 볼 때는 너무 길게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0페이지로도 쓸 수 있는 주장인데 저자가 워낙 아는 지식이 많다보니 설명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꼭 이렇게 길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길게 썼습니다. 너무 길게 써서 오히려 저자의 주장에 힘이 좀 빠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둘째, 유진 피터슨은 자신이 왜 Message 성경을 썼는지 그 이유를 이 책에서 길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에게 비판받았을 것입니다. 특별히 성경을 번역하는 사람들이 유진 피터슨의 번역이 원래의 뜻과 너무 다르다는 비판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저는 유진 피터슨이 왜 현대 미국 영어로 성경을 번역했는지 이해합니다. 이 책에서 쓰고 있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Message 성경은 미국 사람들이 읽기에 딱 좋은 성경입니다. 이해가 팍팍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Message 성경이 번역되어서 나오던데 저는 이것은 좀 아니라고 봅니다. Message 성경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번역된 성경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이 되면 당연히 거리가 느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것은 유진 피터슨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유진 피터슨이 주장한 대로 성경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성경에서 교훈을 뽑아낼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으면서 내가 성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내 삶을 성경 안으로 밀어넣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글읽기입니다. 이렇게 성경을 읽으면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성경을 읽을 것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건네 주고 싶은 책입니다. 짧았다면 더 좋았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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