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여행갈 때 가방에 넣어갈 책: "연금술사" , "여행의이유"

설왕은 2019. 9. 3. 09:48

여행은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할 때도 있고요. 뜻하지 않은 실수로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될 때도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걸었다면 그 시간이 30분밖에 안 되더라도 지치게 됩니다. 아니면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고 오랜시간 시달렸다면 그 또한 힘든 일이죠. 술을 마시거나 밤늦게까지 쇼핑을 하면 모를까 보통 여행은 저녁 시간 정도 되면 그날의 여행은 정리를 해야 할 시점이죠. 만약에 내일의 일정이 완전히 정해져 있다면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까지는 여행의 빡빡한 스케쥴 속에서 자유 시간을 누리게 됩니다. 이 자유 시간에 읽을 만한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한 권은 파울로 코넬료가 지은 연금술사이고요, 다른 한 권은 김영하가 지은 여행의 이유입니다. 

 

두 책 다 유명한 책인데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읽는 것은 아니고, 또 읽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볼 때는 평상시에 읽기 보다는 두 책 모두 여행가서 읽으면 좋을 만한 책입니다. 두 책 모두 심각한 내용은 아닙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일단 좋습니다. 육체적 피로에 지쳐 있지만 정신적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면 "연금술사"와 "여행의 이유"는 침대 위에서 여행을 지속시켜 줄 것입니다. ㅎㅎ

 

저는 연금술사를 한 번 읽고 나서 여행에 가서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분명히 읽었는데 어느 지점부터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산티아고(주인공)가 어떻게 되었더라.... 생각하다가 생각이 안 나서 여행 가서 읽어야지 하고 챙겨 갔습니다. 여행이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양치기 산티아고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떠나거든요. 이것을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모험이라고 해야 할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산티아고의 여행은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저는 미국 유학 시절에 워싱턴 DC에 여행을 갔을 때 이 책을 읽었는데요. 좋았습니다. 워싱턴 DC는 여행할 때 육체적인 소모가 많았습니다. 워낙 많이 걸어다녀야 했으니까요. 교통수단도 애매하고 박물관이 많아서 이동할 때도 걷고 구경할 때도 걷고... 순례여행과 같았습니다.

 

여행을 할 때 도시를 여행할 때가 많잖아요.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면 가족들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가 좋습니다. 도시에는 아무래도 여러 가지 편의 시설도 있고 볼거리도 다양합니다. 그래도 모름지기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야 되는데 도시는 어디를 가도 친숙한 느낌을 주는 단점이 있습니다. 도시는 어디를 가도 비슷하게 생긴 높은 빌딩과 혼잡한 거리,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익숙한 브랜드의 상점들,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있죠. 여행을 왔는데 여행을 온 것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들죠.

 

그런데, 산티아고와 함께 배낭을 메고 사막을 헤매니까 즐거웠습니다. 산티아고와는 다르게 저는 헤맬 일도 없고 도둑맞을 일도 없고 사기를 당할 일도 없었으니까요. 특별히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면 연금술사를 추천합니다. 여행은 익숙한 세계로부터 나를 떼어서 다른 세계에 놓아 두는 일입니다. 우리가 그런 경험을 하는 이유는 나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항상 익숙한 것 주위에 있을 때 우리의 반응은 습관적이니까요. 여행이라는 것은 세상을 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른 세상 속에 놓인 나를 보기 위함도 있죠. 그런 의미에서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우리를 초대합니다. 산티아고와 함께 사막을 헤매지는 않지만 여행 중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여행 중에 떠나는 또다른 여행이라고 할까요? 저는 집에서 읽을 때보다 여행지에 가서 호텔 침대 위에서 이 책을 읽을 때가 훨씬 재밌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저자의 여러 가지 여행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중국에 갔을 때 비자가 없어서 쫓겨나는 일화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내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여행을 가면 황당한 경험을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뭐든지 처음 접하는 일들은 실수를 하기 쉽습니다. 또 고생스러운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위험한 일도 있을 수 있고요.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죠. 그러면 그런 생각이 문득 들 수 있어요.

 

'아, 나는 뭐하러 이런 생고생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 누군가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그때에 바로 도와줄 책이 바로 이 책 "여행의 이유"입니다. 모든 여행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행마다 그 목적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저자는 여러 곳을 여행다니면서 자신이 관찰하고 생각하고 사색한 것들을 나눕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작가란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특별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김영하는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별생각을 다하는구나라고 말이죠. 때로는 여행지에서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라서 좋을 수도 있지만, 실망할 수도 있죠. 그럴 때 작가의 눈을 가진다면 실망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의 이유"가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의 이유는 아직 한 번밖에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좀 오랜 기간 동안(적어도 2박 3일) 여행을 떠난다면 들고 가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갈 때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특별히 패키지로 여행을 가면 책 읽을 틈을 주지 않죠. 그러나, 좀더 여유가 생기고 여행을 갈 기회가 많아진다면 책을 들고 가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갈 때 가지고 갈 책이 고민된다면 "연금술사"와 "여행의 이유"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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