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신학에서 성서의 역할

설왕은 2019. 11. 12. 18:42

 

신학의 자료는 무엇보다도 성서입니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평생 한 책의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만큼 그는 성서를 사랑하고 성서를 더 알기 위해 노력하고 성서가 가르치는 바대로 살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신학의 자료가 오직 성서일까요? 다른 자료는 모두 배척해야 할까요? 성서가 최종적인 권위를 가진 것일까요? 성서가 말하는 것은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것도 없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폴 틸리히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성서가 신학의 유일한 자료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틸리히, 조직신학 I, 62-64)

 

1.  '하나님의 말씀' 혹은 '계시의 행위'가 조직신학의 자료라는 전제로 판단한다면 '하나님의 말씀' 또는 '계시의 행위'에 성서에서 나타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지금도 누군가에게 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서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하나님의 말씀이나 계시의 행위가 있었다는 가정은 지나친 가정일 수 없습니다. 

 

2. 성서가 최종적인 하나님의 계시의 성취를 담고 있다고 할지라도 신학의 자료인 '계시의 행위'를 성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3. 성서는 성서에 포함되어 있는 책들 이상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틸리히는 성서가 계시 사건의 일부이며 이 사건에 대한 증언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밀리오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실 그리스도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성경만으로'라는 슬로건도 충분치 않으며, '성경에다가 교회 전통을 덧붙여'라는 가톨릭적 교리도 충분하지가 않다. 교회의 증언과 삶의 정황 속에서 성경 증언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하나님의 영만이, 구주와 주님으로서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순종을 불러일으키며 양육할 수 있다."

(밀리오리,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91)

 

 

*덧붙이는 말

성서는 기독교 신학의 가장 중요한 자료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성서에 포함되어 있는 하나님의 계시,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계시에 대한 증언에는 여러 가지 오류와 결점이 있습니다. 인간이 가지는 한계입니다. 성서가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는 내용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서의 모든 내용이 단지 성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전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성서 안에 서로 충돌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또한 성서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정 교리를 배제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삼위일체 교리는 기독교 신학의 가장 중요한 교리이지만 성서에서 삼위일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도 없고 그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대는 것도 어렵습니다. 

 

특별히 기독교 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성서는 육신이 된 로고스에 대한 예언과 기록과 증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 주기 위한 책입니다. 성서는 일종의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은 것이지요. 성서 자체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간에 신학의 가장 중요한 자료는 성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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