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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뭔지 느낌이 온다_상승미소 "돈의 감각"

설왕은 2019. 12. 22. 17:56

[책리뷰] 상승미소 "돈의 감각"

제목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을 지은 이유는 책을 팔기 위한 이유였을 것 같습니다. 부제는 더 자극적입니다. 부제는 "절호의 투자 타이밍을 귀신같이 눈치채는 비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투자할 돈이 없는 저로서는 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함께 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읽자고 해서 약간 거리낌이 있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너무 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책이 많이 팔린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분인 것 같았습니다. 지명도가 높다는 것은 신뢰할만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일단 믿고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은 제목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이 책은 경제의 기초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제목과 내용이 매우 달라서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돈에 대해서 알고 싶었는데 돈에 대해서 알려 주는 책이었으니까요. 반대로 정말 투자 타이밍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매우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경제는 매우 복잡해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원론이 반복될 뿐입니다. 거시적인 지표에 의해서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는 예측할 수 있어도 미시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떤 부동산을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개미투자자의 절대다수는 항상 손해를 봅니다. 그분들이 경제를 몰라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것이 그 이유이겠지요.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위기 상황에 있다는 정도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 정도는 새로운 내용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그 버블이 정확히 언제 터지냐는 것이겠지요.  

이런 책을 경제 교과서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경제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했던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도 알게 되었고요.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조정하는 것에 사람들이 왜 촉각을 세우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돈이 무엇인지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고요. 돈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기축통화라는 개념도 꼭 알아야 하는 개념이더라고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제도는 신용화폐제도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왜 관심을 가지는지도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상승미소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찬성합니다.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경제주체, 즉 개인의 소득을 부양해야 합니다. 개인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부양책이지, 빚을 쉽게 내는 정책이나 그 빚을 정부가 대신해서 뿌려주는 정책은 답이 아닙니다. (93)

 

경제학자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다르게 제시하겠지만 일단 상승미소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반가웠고요. 상식적인 선에서 매우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 행위는 통화량을 조절해서 경제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화량 조절입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정도를 통제해서 경제 팽창이나 쇠퇴의 속도를 조절합니다. 경제가 너무 빠르게 팽창하거나 돈이 생산이 아닌 자산으로 이동해 버블을 만들 것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반대로 통화량이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느릴 때는 금리를 내립니다. 이렇게 금리를 조절해 경제를 일정한 수준으로 성장시키려 하죠. (283)

 

 

그 외에 이 책 덕분에 저는 두 가지 좋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첫째, 돈을 버는 것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돈이라는 것은 그저 일을 하고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은 나의 노동에 대한 대가라고 여겼죠. 그러나 저자는 돈이 빚이라고 정의합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빚을 진다는 것이고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빚을 많이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빚을 질 수 있도록 하지는 않죠. 은행이나 돈을 가진 사람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신용화폐제도를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는 빚을 많이 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신용을 매우 높여서 돈이 많은 경제주체로부터 큰돈을 빌리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많은 사람을 모아서 그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전자는 한계가 있을 것 같고요.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후자일 것 같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곧 신용을 높이는 것이고, 결국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가르침은 경제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려는 보수 진영의 잘못을 지적하고 진보 진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필요하면 시위도 하고 청원도 하고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투표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소외된 자들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경제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하면 결국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사회 불균형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단순한 정책만으로는 사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죠. 

 

보수주의자들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가 게으름 때문이라고 하고, 진보주의자들은 부자들이 모든 것을 착취하는 최저임금제도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는 이유는 통화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분배 때문입니다. (134)

 

 

저는 이 책을 통해 돈의 감각을 기르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돈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경제나 돈에 대해서 참 무관심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구나, 하고 깨달았죠. 좋든지 싫든지 어쨌든 간에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의 감각"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중간중간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술술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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