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번역 주기도문을 사용합시다
주기도문을 살펴 보기 전에 주기도문의 번역본에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주기도문의 친근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개역개정 주기도문보다는 새번역 주기도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역개정 주기도문과 새번역 주기도문을 다시 한 번 살펴 보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
(개역개정 주기도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새번역 주기도문)
단순히 번역의 정확성만을 따지면 개역개정이 새번역보다 헬라어 원문에 더 가까운 번역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새번역은 주기도문의 전반부에 아버지가 네 번이나 나오는데 이는 ‘당신의’를 ‘아버지의’로 임의로 바꿔 넣어 놓은 것입니다. 헬라어 본문을 그대로 번역한다면 사실 당신의 이름, 당신의 나라, 당신의 뜻으로 옮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개역개정에서도 “당신의”라는 소유격을 일부러 뺐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말로 당신이라는 말이 높임의 의미보다 하대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새번역은 아버지라는 말을 반복해서 사용했는데 이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은 아니지만 주기도문이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친근한 느낌을 훨씬 더 잘 살리고 있습니다.
개역개정 주기도문이 매우 정확한 번역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특별히 동사의 어미가 문제입니다. “주시옵고”, “마시옵고”, “구하시옵소서”와 같은 ‘시옵’의 어미에서 ‘시’는 상대방을 높이는 의미이고 ‘옵’은 자신을 낮추는 어미입니다. “아버지, 진지 드시옵소서”와 같은 말투인데 지금 일상 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 말이죠. 그리고 개역개정 전의 개역한글 성경의 주기도문에서는 ‘주시옵고’가 아닌 ‘주옵시고’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지금도 교회에서 주기도문을 함께 외울 때면 누구는 ‘주옵시고’, ‘마옵시고’라고 외우고 또 어떤 사람들은 ‘주시옵고’, ‘마시옵고’로 외울 거예요. 둘 다 맞는 말인데 이게 통일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평상시 쓰는 말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왕정 국가였다면 이런 말을 썼을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개역한글 주기도문이나 개역개정 주기도문은 하나님에게 경의를 표하고 존경하는 뜻을 담고는 있지만 동사의 어미 때문에 하나님과 우리 사이가 너무 멀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개역개정이 개역한글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운 말투로 번역이 되어 있지만 주기도문의 느낌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습니다. 기도문에서 극존칭의 동사 어미를 계속해서 사용함으로써 무시무시한 하늘 황제님을 알현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한 말씀 올리는 느낌을 갖게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주기도문의 전체적인 느낌을 살리려면 새번역 주기도문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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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이 가르쳐 준 기도, 제대로 알고 합시다 "주기도문으로 응답하라" (설왕은 지음)
http://aladin.kr/p/RMivn
* 예수의 비유로 풀어 본 사랑 이야기 "사랑해설"(설왕은 지음)
http://aladin.kr/p/0L760
* 가슴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빗속을 걸어라"(설왕은 지음)
http://aladin.kr/p/5PE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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