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1500년 경)

설왕은 2018. 10. 24. 20:40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 1450~1516 ?)가 그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Christ Carrying the Cross)"입니다. 보스는 자신의 작품에 그림을 그린 날짜를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는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 쯤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그림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보스가 그린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보스의 그림은 20세기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수를 주제로 한 그림은 많지만, 예수의 얼굴에서 평범한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그림은 많지 않습니다. 예수는 과연 어떤 생각과 어떤 느낌을 가지고 십자가를 지고 갔을까요? 르네상스 이전의 예수 그림에는 예수의 얼굴에서 인간적인 표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도 사람이었는데 얼굴에 표정이 없을 리가 없죠. 그러나,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나서야 예수의 얼굴에 진짜 사람의 표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의 표정은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는 아주 대조적입니다. 예수의 왼쪽 아래쪽에 있는 베로니카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베로니카는 기독교의 전설의 성인으로 예수가 십자가를 지가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때 그에게 땀을 닦도록 수건을 건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예수가 땀을 닦은 수건에는 예수의 얼굴이 찍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베로니카가 들고 있는 수건에 얼굴이 보이시죠? 아마도 예수의 얼굴로 보입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도 베로니카가 등장했습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베로니카의 전설이 사실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수와 베로니카를 제외한 사람들의 표정은 어떻게 보이나요? 비웃고 조롱하는 얼굴, 탐욕과 악으로 가득찬 얼굴이죠. 이에 반하여 예수의 표정은 조금 슬퍼 보이기는 하는데요. 비참함이나 불행한 것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원망하는 얼굴도 아니고요. 악으로 가득한 인간 세상에과 사람들에 대한 슬픔이 서려 있는 듯 합니다. 예수의 얼굴을 보면 이미 그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르네 지라르의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의 책표지에서 이 그림을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 보는 종류의 예수의 그림이었죠.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라르의 책은 세상에 만연한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는데요. 책의 내용과 보스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는 아주 잘 어울립니다.  


세상에는 악인이 있을까요, 아니면 세상의 상황으로 인해 인간이 악해지는 걸까요? 


이 그림은 전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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