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림

레옹-어거스틴 레르미트, 1892년, Friend of the Humble (Supper at Emmaus)

설왕은 2018. 10. 30. 20:48



엠마오에서의 저녁 식사를 묘사한 프랑스 작가 레옹-어거스틴의 작품이다.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나는 2015년 4월에 보스턴 미술관에 간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을 본 기억은 없다. 수많은 예수님 그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관심있게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 망아지 같은 두 아들 녀석을 데리고 미술관에 오랫동안 머무는 일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이 그림에 나온 예수님은 우리가 알던 예수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분위기도 매우 익숙하다. 보통 유대인들의 검소한 식사 자리에서 눈을 들어 기도하시는 예수의 모습인 것 같다. 그러나, 작가가 제목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예수님의 평범한 저녁 식사 시간이 아니고 예수가 부활한 이후에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를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 예수를 그리고 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고 부활한 이후 제자들을 만났고 제자들은 예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왜 예수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십자가에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예수가 "내가 예수다"라고 밝혔으면 아마 그들이 더 일찍 알아봤을텐데 그들은 빵을 받고 나서야 눈이 밝아져서 예수를 알아봤다. 


예수의 얼굴은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예수를 알아본 제자들은 난리가 난다. 


"이거 실화냐?"



오른쪽 끝에 있는 아이의 표정이 재밌다. 별다른 동요가 없다. 그리고 예수와 시선과 소년의 시선을 보면 마치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예수가 눈을 들어 제자들의 위쪽을 바라보고 있고 소년은 엄마를 보고 있다. 근데 묘하게 아이의 시선이 정확히 엄마를 향하지 않고 살짝 위를 향한다. 아마, 예수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을 이으면 엄마의 바로 위쪽에서 만날 것 같다. 예수와 아이의 시선이 모두 허공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역할도 비슷하다. 예수는 하나님과 함께 일하고 있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에서 담담한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 예수를 바라보는 하나님의 표정은 어땠을까? 



종교와 고정관념에 가리어져 있던 예수의 '진짜 사랑'이야기

<사랑해설: 예수가 그린 사랑> 설왕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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