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림

요하네스 베르메르,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계신 그리스도(1670년 경)

설왕은 2018. 10. 25. 18:46

"진주 귀걸이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 네덜란드)의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스코틀랜드 미술관에 걸려 있고요. 꽤 사이즈가 큰 작품(158.50 x w 141.50 cm )입니다. 베르메르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베르메르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 별로 없습니다. 제일 유명한 작품은 "진주 귀걸이 한 소녀"이고 그 외의 작품은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작품은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초대받아 오신 예수"라는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을 어느 철학자의 책 표지에서 처음 봤는데요. 베르메르가 들으면 실망하겠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강렬한 느낌도 없고 독특한 부분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여기 나온 마르다, 마리아, 예수가 다 순해 보이고 분위기도 너무 평온해 보이지 않나요? 저는 베르메르가 이 그림의 작가인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작가를 찾아보니 베르메르가 그렸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진주 귀걸이 한 소녀"의 분위기와 여기에 나온 사람들의 느낌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보고 누군가 책 표지를 위해서 일부러 그렸나 생각했을 정도로 평이하게 봤습니다. 베르메르 작품이 주로 이런 경향이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가 기독교 역사, 더불어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보다는 관조나 사색이 더 우월하다는 견해는 꽤 오랫동안 지배적인 경향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농공상의 신분 체계를 갖추고 있었죠.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노동을 하는 사람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서구 역사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기독교도 거기에 한몫을 했습니다. 특별히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했습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마르다에게 대놓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내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마리아의 일이 저녁을 짓고 있는 네 일보다 더 좋은 일이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예배가 봉사보다 중요하다', 혹은 '성경을 읽고 사색하고 기도하는 일이 타인을 돕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이다'라는 식의 생각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가 성경에서 꽤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건은 아니었나 봅니다. 찾아보면 마르다와 마리아를 그린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대표적인 작품이죠. 

 

저는 이 그림의 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요. 베르메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그림만 봐서는 그림 속에서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르다는 바쁘고 화가 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예수와 마리아의 대화를 끊고 한 마디 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엔 긴장감이 1도 없네요. 아주 평온해 보이고 마리아와 예수의 대화 중에 마르다가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면서 "이것 좀 드시면서 얘기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묘사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베르메르에게 이 그림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고 묻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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