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로_바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설왕은 2024. 4. 11. 09:00

요새 자꾸 바다가 보고 싶어서 종종 바다에 간다. 어렸을 때는 바다에 놀러 가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바다를 보러 간다. 그냥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감정이 바다에게 생기다니... 나 스스로에게 놀란다. 바다에 가는 것은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바다에 가서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로랑스 드빌레로라는 프랑스 철학자다. 책 앞날개에 보면 프랑스 최고의 철학과 교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해인 수녀님 덕분이었다. 바다에 관한 책을 찾다가 이해인 수녀님이 추천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무슨 책일지 궁금했다. 철학자가 썼다고 하니 딱딱한 이야기일 것 같기도 했고 제목을 보니 어려운 책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은 바다에 대한 다양한 사색을 담고 있다. 철학적인 사색이라기보다는 정보에 입각한 좋은 생각하기 정도라고 설명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심각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쓸 수 있는 작가 정도의 역량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바다에 대한 좋은 생각을 담고 있다. 어렵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심오한 면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되기도 할 것 같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철학 대신에 바다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라켄'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면 그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크라켄을 설명하면서 <오디세이>의 내용도 인용하고 마그누스라는 사람이 1530년대에 만든 지도도 거론한다. 생각만 가지고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정보 수집도 꽤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책은 짧은 글 25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짧은 글은 약 여덟 개씩 하나의 큰 장을 이루고 있다. 세 개의 큰 장의 주제는 '곡예와 같은 삶을 지나다', '저 멀리 삶이 밀려오다', '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다'인데 그 안에 있는 짧은 글들과 크게 연관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아무 데나 펼쳐서 한 주제에 대해서 읽어 보면 그걸로 좋은 책이다. 그런데 나는 아쉽기도 했다. 바다에 대해서 좀 더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보를 찾아보고 그것을 독자에게 제공하기도 하는데 그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게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나는 바다 앞에 서서 여러 가지 상상과 생각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바다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에 기반을 두고 떠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다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지배당하지 않는다. 늘 움직이고 변화하기에 단조로움과는 거리가 멀고, 길들일 수 없기에 그 누구도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바다가 그렇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다 앞에서 무력해지는 이유다. (31)

 

 

 

한 부분을 인용해서 다시 읽어 보니 인과 관계에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보인다. 에세이니까 작가의 마음대로 써도 되는데, 내 마음이 좀 불편한 이유는 글이 객관적인 정보와 서로 얽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을 보니 나도 바다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바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재를 아주 다양하게 다루었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바다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 소재들의 범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각각의 소재에 대해서 나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작가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아니면 그냥 별생각 없이 맘에 드는 소재 하나를 골라서 읽어 보고 나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럴 때는 작가가 제공해 주는 정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바다에 놀러 갈 때 들고 가도 좋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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