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_자산 소득을 만들어라

설왕은 2024. 5. 31. 13:00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이 책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다. 돈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이 악한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맞다. 나도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 책을 통해 내 선입견이 깨진 것은 아니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던 돈에 대한 선입견에 금이 갔고 그래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라서 제목을 자주 들었는데 그래서 제목을 듣고 책의 내용을 짐작해 보기도 했다. 아마도 부자 아빠가 되라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하면 부자 아빠가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하여 알려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 내용은 저자의 아빠 이야기였다. 이론서라기보다는 아빠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라고 설명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저자의 아빠는 가난한 아빠였는데 돈에 대하여 가르쳐 주었던 아빠는 저자의 아빠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빠였고 부자였다. 이 책은 주로 부자 아빠 이야기다. 가난한 아빠를 비판하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니라 부자 아빠의 가르침을 전달하려고 이 책을 쓴 거니 당연한 거다. 

 

4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내용은 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산 소득을 만들어라. 소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노동 소득이고 다른 하나는 자산 소득이다. 사람들은 보통 노동 소득만 생각하는데 어쩌면 노동 소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산 소득이다. 노동 소득은 나의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것이고, 자산 소득은 나의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자산 소득이 중요한 이유는 일단 노동 소득으로는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유 있게 살기 위해서 노동 소득만으로는 택도 없이 모자라고 반드시 자산 소득을 벌어야 하는데 자산 소득의 규모는 노동 소득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의 제목은 "부자들은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이다. 그리고 그 밑에 이런 말을 간판처럼 달아 놓았다. 

 

가난한 자들과 중산층은 돈을 위해 일한다. 부자들은 돈이 그들을 위해 일하게 만든다. (33)

 

 

재밌는 표현이다. 돈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서 일하게 하라는 것이다. 즉 다른 말로 자산 소득을 만들라는 말이다. 저자는 돈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자산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산을 모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자산을 모으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 지식이 없이는 자산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예를 들어 부자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부자들은 자산을 취득한다. 그렇지만 가난한 이들과 중산층은 부채를 얻으면서 그것을 자산이라고 여기지. (109)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집은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부채다. 사람들은 부채를 얻으면서 자산이라고 착각하는데 이와 같은 착각을 피하기 위해서 금융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산 소득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산을 모아야 한다. 저자는 그 자산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벌어다 주기 전까지는 계속 자산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이 생기면 일단 쓰지 말고 자산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과 경험도 제시한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은 맥도널드 햄버거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 수 있는가? 아마도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어본 사람들 중 대충이라도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맥도널드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맥도널드만큼 팔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즉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 것과 햄버거를 잘 파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햄버거를 맛있게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사서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판매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 즉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쓰기도 해야 하지만 어떻게 팔 것인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세일즈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대한 책을 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저자는 세일즈와 마케팅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저자의 조언 중 기억할 만한 것 하나 더 소개하자면,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일반적인 조언과는 다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라는 것은 투자에 대한 기본 원칙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반대로 말한다. 담을 달걀도 별로 없는데 그것을 나눠 담아서 언제 돈을 버냐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집중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이나 중산층이 하는 것처럼 몇 개 안 되는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지 마라. 여러 개의 달걀을 몇 안 되는 바구니에 집어넣고 집중하라. 성공할 때까지 오직 한길만을 따르라. (296-297)

 

 

물론 이렇게 하면 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투자는 위험하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투자는 위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공부와 정보가 필요하다. 만약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고 좋은 정보가 충분히 있다면 투자는 절대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공부와 정보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완전하게 파악하고 앞날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흐름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7월 4일에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가 몇 도가 될지 그리고 비가 올지 맑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에 더울 것이라는 전망은 맞을 확률이 높다. 왜냐면 여름엔 덥고 겨울에는 추우니까.   

 

이 책은 생각보다 좋았다. 돈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고 주장은 단순하다. 자산 소득을 만들라는 것. 구체적인 방법은 별로 없어서 그 방법을 원했던 독자라면 실망할 것 같다. 하지만 자산 소득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게 되고 자산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면 이 책은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돈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일하면 돈은 알아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참 치열하게 살았는데 살아보니 돈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돈이 그냥 막 생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 젊었을 때처럼 기운이 넘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기력은 점점 쇠해진다. 노동의 강도를 높여서 먹고살 만큼 넉넉하게 돈을 버는 것은 젊었을 때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부자가 되면 좋을 것도 같지만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그저 먹고살 만큼 벌고 싶은데 노동 소득만으로는 그게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 좋은 세상이 오면 노동 소득만으로 충분히 생계유지가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저자가 말한 대로 자산 소득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은, 이 책은 나쁜 책이 아니다. 돈을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다. 돈에 대해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돈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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