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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쇼코의 미소" 최은영_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설왕은 2025. 2. 4. 09:00

 

📌 자극적인 시대 속 담백한 이야기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쇼코의 미소』는 담백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글이다. 온갖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이 시대에 이런 소설이 인정을 받고 인기를 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정받는 것도 어렵고, 인기를 끄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데,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낸 최은영 작가는 대단한 사람이다.

 

 

📌 쇼코와 나, 그리고 할아버지

『쇼코의 미소』는 쇼코라는 일본인과 ‘나’(소유)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꽤 친해질 것 같았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서먹해지고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계기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고, 결국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나’의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유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쇼코가 집에 머물면서 그동안 몰랐던 할아버지의 면모를 발견한다. 할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소유는 할아버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죽음 이후 쇼코를 통해 그의 편지를 전해 받으면서 할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 이 과정이 무척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 세상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소설의 첫 문장은 신비롭다.

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우주의 가장자리 같다.

 

 

쇼코는 해변에서 서 있으면 세상의 변두리에 선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밀려나고 밀려나 결국 바다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기분. 이 장면에서 쇼코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그녀가 꿈꾸는 세상의 중심은 어디일까? 쇼코는 언젠가 바다를 떠나 빌딩으로 가득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쇼코는 바다에 서 있지만, 마음은 도시에 있다. 그녀의 미소 속에는 이처럼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

 

 

📌 할아버지의 웃음, 그리고 편지

쇼코가 등장하면서 ‘나’의 가족은 변화한다.

우리 가족은 밥을 먹을 때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쇼코가 나타나자 할아버지는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일본어로 말하며 시시때때로 껄껄댔다.

 

놀랍게도 낯선 일본인 소녀가 집에 오면서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난다.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강제로 일본어를 배웠지만 해방 이후에는 그 언어를 부정당해야 했다. 그런데 일본인 쇼코가 등장하자 그는 다시 일본어로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쇼코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단순한 친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는 쇼코와 깊이 소통했지만, 정작 가족들에게는 자신의 진심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편지를 통해서야 비로소 소유는 할아버지의 꿈이 화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아생전 소유는 할아버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오히려 쇼코를 통해서야 그를 이해하게 된다.

 

 

📌 미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미소’는 단순한 표정이 아니다. 쇼코의 미소는 따뜻할 수도, 차가울 수도, 혹은 이 모든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할아버지에게 나는 종교이고, 하나뿐인 세계야.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어."

 

할아버지의 절대적인 애정을 받는 쇼코는 이 사랑이 감옥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평범한 손녀라면 할아버지의 사랑을 감사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쇼코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쇼코의 이중적인 감정이 그녀의 미소에도 묻어난다.

 

 

📌 인간은 다층적이고 다면적이다

쇼코는 소유와 할아버지에게 각각 다른 편지를 보낸다. 할아버지에게는 밝은 편지를, 소유에게는 우울한 이야기를 적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면을 보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결국, 소유는 쇼코를 이해한다. 밝은 모습도, 어두운 모습도 모두 쇼코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쇼코에게는 오히려 거리가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

 

이 문장은 쇼코라는 인물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녀에게 친구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되는 존재다. 이렇듯 『쇼코의 미소』는 인물의 다층성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 결국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가까운 가족조차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소유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그의 내면을 몰랐고, 죽음 이후에야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만약 쇼코가 없었다면, 할아버지가 화가를 꿈꿨다는 사실조차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쇼코의 미소』는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그리고 그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해의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쇼코의 미소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러분은 이 미소를 어떻게 해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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