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

[책리뷰] 최준식 『한 권으로 읽는 우리 예술 문화』

설왕은 2019. 4. 18. 00:56


친구의 소개로 최준식 교수님을 알게 되어서 읽어 보았습니다. 원래는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 책을 구할 수 없어서 일단 꿩 대신 닭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일단 시작부터 싸이 현상에 대한 예술 문화적 이해로 독자들과의 친근한 접점을 찾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아마, 최근에 발간된 책이었다면 BTS를 썼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제가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설날에 경복궁에 갔었는데 뭔가 느낌은 참 좋은데 우리나라 조선 시대의 궁궐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저는 나는 혹은 우리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 것은 열등하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우리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 것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고유의 것을 깔보는 그런 교육이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니면 급격하게 서구화되면서 우리의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나라는 짐작도 해봅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를 비하하고 부끄러워하고 우리의 것을 살리고 보존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서구적인 것에 대한 동경하는 마음이 큽니다. 


이 책은 서론이 좀 깁니다. 싸이 현상으로 시작해서 우리의 문화와 예술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서론을 50쪽 정도 할애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와 예술의 특징이 시기마다 다를 텐데, 저자는 조선 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책은 전체 네 개의 큰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 1부 음악 이야기

제 2부 미술 이야기

제 3부 그릇 이야기

제 4부 건축 이야기


저자는 음악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1부에 음악을 배치한 것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 이야기보다는 미술이나 그릇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은 올컬러판입니다. 책 안에 여러 가지 미술 작품이나 그릇, 건축물 등의 사진을 실어 놓았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음악보다는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우리 문화, 예술 이야기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나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우리 음악도 그렇게 설명했지만 그림에 대해서도 힘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우리 문화와 예술은 인간이 가진 힘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합니다. 판소리는 소리를 곱게 내지 않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인왕제색도나 송하맹호도에서도 에너지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설명입니다. 도자기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습니다. 도기와 자기를 구분하니 왜 청자와 백자가 위대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건축 이야기를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수성도 계곡에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성동 계곡을 정비한 것이다. 그곳에 있었던 아파트를 헐고 옛 모양을 어느 정도 살렸다. 더 다행인 것은 겸재 그림에 의거해 잃어버린 것으로 알았던 돌다리인 '기린교'를 찾아 제자리에 복원시킨 것이다. 지금 이 정도만 복원해 놓아도 아름다운데 옛 모습이 그대로 지켜졌다면 얼마다 더 아름다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서촌 답사에 이 계곡은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223)


그리고 소쇄원이라는 한국적인 정원도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소쇄원은 꾸미기를 거부한 것 같다고 하는데요. 자연이 스스로 아름다우니 인간이 거기에 인공적인 가미를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반영한 정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소쇄원 담은 중간에 끊어 놓았다고 하네요.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는, 자연과 정원을 구분하지 않는 철학을 담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문화와 예술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자유 분방함을 강조합니다. 우리 민족은 규칙 따르기를 워낙 싫어한다고 합니다. 자연을 존중하는 겸허한 자세로 파격과 해학, 자유를 즐기는 문화와 예술이 발달했다고 하는데요.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현재의 우리는 남과 다르면 죽는 줄 알고 따라하는 모방성이 무척 강합니다. 우리는 원래 안 그랬다는데.... 지금은 왜 그러는 걸까요? 열등감일까요? 우리는 우리 문화와 예술,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저는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워낙 유행이어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한 번 읽어보았는데요. 괜찮기는 했는데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라틴어 수업'은 인기를 끌었는데 한국 예술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이슈가 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 것은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남의 것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가 '라틴어 수업'보다는 '우리 예술 문화'에 열광할 수 있다면 더 살기 좋고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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