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8

[세계단편소설] 안톤 체호프 "우수"_소시오패스들의 세상

"우수"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쓴 단편소설입니다. 왜 굳이 제목을 우수라고 했을까요? 슬픔이라고 해도 될 것을. 이 소설은 요나라는 마부가 아들을 잃고 난 후에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나중에 말에게 그 슬픔을 토로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요나의 아들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하긴 요나도 좀 이상하기는 합니다. 마차를 타는 손님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인데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고 말을 하니까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자기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들어주자니 모르는 사람 이야기이고 안 들어주자니 그것도 별로일 ..

이 책 어때? 2021.12.24

[세계단편소설] 기 드 모파상 "미뉴에트"_오래된 그림자 같은 춤을 추는 노부부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소설입니다. 모파상은 이름도 그렇고 대표작도 "여자의 일생"이어서 그런지, 여자일 것 같은데 남자입니다. 아래와 같이 생긴 사람이죠. * 줄거리 나는 임업 시험장에서 오페라단에서 무용을 가르치던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숲에서 홀로 산책을 하는 도중 관중에게 보여주는 공연을 하는 것처럼 춤을 추고는 했지요. 나는 그에게 용기를 내어 인사를 했고 그 노인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노인은 자신의 아내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미뉴에트라는 무용을 직접 보여 주었습니다. 그 추억이 나에게는 두고두고 남아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미뉴에트는 소설의 화자가 목격한 한 노부부의 춤에 대한 회상입니다. 아마 젊은이들은 ..

세계단편소설 2021.12.19

[책]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_살아남는 방법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솔제니친 지음, 류필하 옮김, 소담출판사) 재밌는 글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예상대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어로 된 책을 산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거의 10년이나 살았지만 한국어로 된 책이 워낙 비쌌고, 전공서적이 아닌 일반책을 읽을 시간도 별로 없었고 유학생이라 돈도 별로 없었다. 그 와중에 산 책이니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한 책이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아니라 아내가 읽고 싶어서 사달라고 해서 산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살 때도 뭐 이런 재미없는 제목의 책이 있을까 싶어서 책장에 모셔두고 보기만 겉모양만 구경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추천해 준 책이어서 이제는 나도 이..

이 책 어때? 2021.12.17

[철학하나] 스토아 철학(BC. 4c)_정열을 버리고 그대의 의무를 다하라

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4세기에 시작된 철학이며 제논(340~265 BC)이 창시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가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은 에피쿠로스 철학과 마찬가지로 염세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철학입니다. 에피쿠로스 철학은 어둡고 힘든 세상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를 가르치고자 한 데 반하여, 스토아 철학은 이 세상과 싸우다가 자신이 파멸되는 한이 있더라도 악과 맞서 싸울 것을 권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늘 입에 달고 달았던 말이 바로 "하늘이 무너져도 그대의 의무를 다하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도 이 문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 우주여, 그대의 목적에 맞는 것은 모두 나에게도 맞는다...

철학하나 2021.12.15

[한국단편소설]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_욕심이냐 목숨이냐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는 1966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한 소설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로서 재미의 요소보다는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더 중점을 둔 작품입니다. 마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기사와 같은 소설입니다. 김정한 작가는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다가 오랜만에 "모래톱 이야기"라는 소설을 썼는데, 아마도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을 꼭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 줄거리 여기서 지은이인 나는 K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지각생들의 변명을 듣던 중 건우라는 학생이 조마이섬에서 나룻배로 통학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국단편소설 2021.12.13

[한국단편소설] 전광용 "꺼삐딴 리"_대체로 기회주의자가 살아남는다

1962년에 발표된 "꺼삐딴 리"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입니다. 꺼삐딴 리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때는 소설을 내가 읽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읽고 평가해 놓은 대로 머릿속에 집어넣었죠. 그래서 꺼삐딴 리는 기회주의자이고 그래서 나쁜 사람 또는 별로 본받을 것이 없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읽고 소화하는 방식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음식을 씹어 먹어야 하는데 남이 씹어서 내 입에 넣어 주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맛도 없고 좋은 기억도 안 남게 되죠. 꺼삐딴 리, 이번에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꺼삐딴 리, 한국어로는 이인국 박사를 과연 기회주의자로 매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모..

한국단편소설 202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