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6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_친절은 진작 끝났어야 했는데...

친절한 복희 씨라는 제목을 보고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친절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친절을 베풀 것이고 그것이 내가 직접 받는 친절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친절한 행동을 보거나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절로 흐뭇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친절은 아무나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거나 사랑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친절한 자세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친절한 복희 씨는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첫 문장부터 빗나갔다. 그는 멍한 눈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멍한 눈의 주인공은 소설 속 복희 씨의 남편이다. 멍한 눈의 남자는 중풍에 걸려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이 남자를 돌보고 있는 사람은 복희 씨이다. 처음..

한국단편소설 2022.01.25

[책] 로렌스 형제 "하나님의 임재 연습"_인정하고 인식하라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프랑스의 한 수도사가 지은 책입니다. 기독교 고전 가운데 하나이죠. 유명한 책이고 많은 사람이 읽은 책입니다. 제목이 좋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제목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매우 오래된 책입니다. 초판이 1996년에 나왔고 2000년에 인쇄된 30쇄 발행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30쇄를 인쇄한 것을 보면 꽤 많이 팔린 책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 두란노에서 나온 책이고요. 책 앞날개에 보면 저자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렌스 형제 (Brother Lawrence, 1611-1691) 프랑스 로레인 지방 니콜라스 헤르만 가에서 출생. 잠시 동안의 운동선수, 군인 생활 이후 파리 갈멜 수도회에 들어가 평생을 수도사로 생활함...

이 책 어때? 2022.01.17

[세계단편소설] 폴 빌라드 "이해의 선물"_좋은 거 하나 배웠습니다

아동 문학가이자 소설가인 폴 빌라드(1910-1974)가 쓴 단편소설입니다.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어릴 때 받은 배려가 배려인 줄 잘 몰랐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서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매우 사려 깊은 친절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매우 추상적인 줄거리 요약인데,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네 살쯤 위그든 씨의 가게에 가서 버찌씨를 내고 사탕을 사 먹었다. 위그든 씨는 버찌씨를 내고 돈이 모자랄 것을 걱정하는 나에게 돈이 남는다면 거스름돈을 내어주었다. 어른이 되어 결혼한 후 열대어 가게를 연 나는 어린 남매가 들어와서 값비싼 열대어를 고른 후 겨우 20센트를 냈다. 그때 나는 위그든 씨가 나에게 했던 행동을 기억하고 그 남매에게 거스름..

세계단편소설 2022.01.12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_중요한 것은 결국 눈에 보인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마지막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받게 된 한 어린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인해서 프랑스 국경 지방이 프로이센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그 지역에는 프랑스어 수업이 전면 금지되고 독일어 수업만을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모국어인 프랑스어 수업을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재밌는 소설은 아니죠. 슬픈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 이 소설을 교과서에서 읽은 것 같습니다. 중학생일 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모국어를 배우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슬픔의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잘 몰랐고, 무엇보다도 어려서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 했던 무시무시한 짓거리 중 하나는, 시험 기..

세계단편소설 2022.01.10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별"_아름다운 밤이에요

알퐁스 도데의 "별"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다들 읽어 본 소설입니다. 그때에는 정말 지독하게도 아무런 감동이 없었습니다. 한 목동이 있고 그 목동은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아가씨를 좋아하죠. 그런데 정말 우연찮게 그 아가씨가 식량을 전해주기 위해 목동을 찾아옵니다. 아가씨는 식량을 전달하고 돌아가다가 물이 불어난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에 빠져 흠뻑 젖은 채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가씨는 목동의 처소에서 밤을 보내게 됩니다. 목동은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밖에 나와서 모닥불 옆에서 밤을 보내려고 합니다. 아가씨는 안에서 제대로 잠을 못 이루고 나와서 목동 옆에 앉습니다. 목동은 아가씨에게 별 이야기를 하고 그 와중에 아가씨는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듭니다. 목동은 설레는 마음으로 뜬 눈..

세계단편소설 202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