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교

[7분설교] 환대와 적대 사이_마가복음 7:15-20

설왕은 2020. 3. 8. 11:00

( 7:15-20, 개정) [15]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16]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하시고 [17] 무리를 떠나 집으로 들어가시니 제자들이 그 비유를 묻자온대 [18]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도 이렇게 깨달음이 없느냐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19] 이는 마음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로 들어가 뒤로 나감이라 이러므로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 [20]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038일입니다. 나중에 또 이런 날들이 올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20202월과 3월은 독특한 경험을 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서 대한민국 전 국민이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습니다. 개학일도 연기되고 교회도 모이지 않으며 어떤 주거 단지는 아예 주민 전체가 밖에 나오지 못하게 격리 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를 억지로 늦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이 시기를 잘 지내시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오늘 말씀을 살펴보죠. 마가복음 71절부터 20절까지 이어진 내용인데 성경은 15절부터 20절까지만 읽었습니다. 성경 본문은 제자들이 밥을 먹고 있는데,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와서 시비를 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밥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요새 손을 열심히 씻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손을 씻는 이유와 이 당시에 유대인들이 손을 씻는 이유는 다릅니다. 우리는 공중위생 때문에 손을 씻습니다. 혹시 우리 손에 묻었을지도 모르는 코로나 19를 비롯한 바이러스와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 비누칠을 하고 흐르는 물에 손을 씻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손을 씻는 것은 더러워서 씻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의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손이 깨끗해진다고 믿었고, 만약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을 씻는 의식은 성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유대인들의 전통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에게 한 마디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나님을 입술로는 공경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바리새인들은 말로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진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하나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들의 전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계명은 무엇입니까?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바는 정말 간단합니다. 하나님의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입니다. 사람들의 전통은 무엇입니까?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게 여러분은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계명보다 정결 의식과 같은 사람의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군요.”라고 나무란 것입니다.

 

제자들은 매우 바쁘고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밥을 보자, 그냥 막 먹기 시작했던 것이죠. 정결 의식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시면서 그래요, 배가 많이 고팠겠네요. 어서들 드십시오.’라고 생각했고, 바리새인들은 제자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 분명히 뭔가 잘못하는 게 있을 거야. 내가 지켜보다가 잘못한 것 있으면 야단쳐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예수님은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였고, 바리새인들은 사람들이 법과 전통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사람을 진짜 더럽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 더러운 음식을 먹으면 여러분이 더러운 사람이 되나요? 더러운 음식을 먹으면 나쁜 생각, 나쁜 행동을 하게 되나요? 아니죠. 그냥 그것은 입으로 들어갔다가 우리에게 영양분을 주고 불필요한 부분은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수님께서는 말씀해주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합니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 두 글자로 바로 마음입니다. 밖에서 나를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안에서 나를 더럽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나쁜 마음을 품으면 나쁜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나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나쁜 마음이 사람을 더럽게 하고 결국 나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요새 코로나 19 때문에 민심이 참 흉흉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면 사람들의 따가운 눈길이 저에게 꽂히는 것을 느낄 정도입니다. 타인에 대해서 우리는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루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스치며 지나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관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타인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환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크게 별로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나와 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혹시 코로나 19를 몸에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며 쳐다보게 됩니다. 적대감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적대감은 코로나 19 때문에 새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이번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우리가 타인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들통이 난 것이죠. 우리의 자세는 이런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내가 타인에게 늑대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타인이 나에게 늑대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거리를 두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중립이 아니죠. 적대감이고 두려움입니다.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또 나타날 것입니다.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려면 타인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타인은 나에게 위험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환대도 아니고 중립도 아니고 적대에 가깝습니다. 타인을 환대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적대감을 가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나쁜 마음이 나쁜 생각과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배고픈 예수님의 제자들이 허겁지겁 자신의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고 연민을 느끼기보다는 절차상의 잘못을 지적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처럼 말이죠.

 

우리의 마음을 살펴봅시다. 중립은 없습니다. 환대가 아니면 적대 쪽으로 갑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타인을 환대할 수 있는 여러분과 제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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