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교

[7분설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 베푸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_시편123

설왕은 2020. 4. 12. 10:00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0년 부활주일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교회에서 모이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분 이럴 때야말로 부활한 우리 예수님을 기억하십시오. 세상이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죽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혼란과 고통과 슬픔 속에서 누가 우리를 구원해낼 수 있겠습니까?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우리 예수님이 우리의 빛이며 우리의 희망입니다.

오늘 말씀을 보겠습니다. 시편 123편입니다.

 

Image by Robert Armstrong from Pixabay  

 

 

( 123, 개정) [1] 하늘에 계시는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 [2]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들의 눈 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 같이 우리의 눈이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기다리나이다 [3] 여호와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또 은혜를 베푸소서 심한 멸시가 우리에게 넘치나이다 [4] 안일한 자의 조소와 교만한 자의 멸시가 우리 영혼에 넘치나이다』

 

 

#시편123 #설왕은TV

 

시편 123편은 공동체 탄식시입니다. 공동체가 다 같이 현재 상황으로 인해 하나님 앞에서 탄식하는 시입니다. 1절에 보면 눈을 들어 주께 향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인의 마음의 간절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 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 같이 우리의 눈이 하나님께서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각하고 궁핍하고 곤고한 상황 속에서 종은 주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여유조차도 없습니다. 지금 얼마 안 있으면 죽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주인의 표정을 살피거나 주인의 말을 제대로 들을 기운조차 없습니다. 지금 당장 바로 자신에게 어떤 것을 베풀어줄지도 모르는 주인의 손을 유심히 쳐다봅니다. 바로 그런 종의 간절함에 비유할 정도로 시편 기자의 상황은 궁핍하고 곤고한 상황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은혜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멸시가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안일한 자의 비웃음과 교만한 자의 업신여김으로 인해서 우리가 거기에 빠져서 익사할 것처럼 곤경에 처해 있다고 시편 기자는 탄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구해달라고 간청하고 있습니다.

 

참 묘하게도 시편 기자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배가 고프거나 돈이 없어서 혹은 핍박을 받아서 죽을 것 같아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사람들의 멸시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을 멸시합니다. 4절에 참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안일한 자가 비웃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안일한 자는 편안하고 한가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일요일에 늦게까지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죠. 아니면 일요일에는 자연을 만끽하거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볼 때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 교회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그리스도인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비웃겠죠. ‘교회 가서 예배드린다고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4절에 보면 또 교만한 자는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교만한 자는 주로 성공한 사람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볼 때 교회는 패배자들, 돈이 없어 가난한 사람들이 위로받으려고 가는 곳입니다. 교만한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아래로 내려봅니다. 교회 가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깁니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하고 일을 해야 성공을 하지, 라고 생각하며 그리스도인을 멸시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그 멸시는 더 심하고 더 거칠어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현재 교회에서 제대로 모임을 할 수 없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되면 우리는 분명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는 나 스스로를 좀 더 철저하게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타인을 멀리하고 내가 안전하게 거할 수 있도록 가능하다면 성을 짓든지 담을 쌓든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한 가지는 연대의식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알려 준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만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지나자 유럽과 미국은 코로나 19과 동양인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우리 모두, 전인류의 일입니다. 우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 생태계는 위기 상황입니다. 코로나 19가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의 변화와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 혼자만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다 같이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같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교회는 어떤 곳입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면서까지 하려고 하셨던 것이 무엇입니까? 그는 우리의 평화입니다. 그의 육체로 막힌 담을 허시고 서로 절대로 같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온 인류가 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너와 나의 구분 없이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이 가지고 있는 꿈입니다. 교회는 그러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실천하는 곳입니다.

 

누가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부활주일에 우리 다시 한 번 물어봅시다. 누가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신 우리 예수님이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몸 된 교회가 이 세상의 빛이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 베푸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이러한 믿음과 확신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넘쳐나는 멸시를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를, 교회에 모이는 그리스도인들을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수많은 사람들도 우리의 형제자매입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우리를 멸시하는 이들까지 차별 없는 사랑으로 부둥켜안을 수 있는 여러분과 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0년 4월 12일 부활주일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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