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신학노트] 하나님의 형상_밀리오리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설왕은 2022. 6. 27. 11:51

다니엘 밀리오리 "기독교조직신학 개론"  p.253-257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은 조직신학의 입문서로 널리 사용되는 책입니다. 밀리오리는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단순히 신학적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이론만 제시하면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당황스럽거든요.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밀리오리는 자신이 추천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리오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다섯 가지로 설명합니다. 

 

1.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신체가 하나님과 닮아 있다. 

2.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이성 안에 존재한다. 

3.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은 세상에 대한 지배권을 부여받았다. 

4.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자유이다. 

5. 하나님의 형상은 사람이 하나님과 온갖 피조물과 관계를 맺는 삶을 사는 것을 통해서 드러난다. 

 

사실 하나하나 다 일리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만 맞고 다른 것은 다 틀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상호 보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사항에서 인간의 신체가 하나님과 닮이 있다는 말이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기도 하는데 또 다른 측면으로 좋은 지적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에 첫 번째 설명은 옳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몸을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사람이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볼 때 그 모습이 마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형상화한 것 같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을 본뜬 보이는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형상을 어떻게 보이는 형상으로 만드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산소를 어떻게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산소의 특성이겠죠. 산소가 가벼운 기체라는 사실, 그리고 생명체를 살게 해주는 기체라는 특성 같은 것을 고려해서 눈에 보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밀리오리는 특별히 다섯 번째 견해를 옹호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창세기의 첫 번째 창조 이야기에서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라는 구절 바로 다음에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는 구절이 뒤따른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상호 존중과 사랑의 관계 속에서 자유와 기쁨을 느끼며 사는 삶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형상은 타자들, 즉 하나님이라고 불리는 "전적 타자"와 모든 다른 "타자들"과의 관계에서 경험되는 자기 초월적 삶을 표현한다. (기독교조직신학 개론, 255)

 

 

다섯 번째 설명이 다른 설명과 보여 주는 차이는 다섯 번째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은 사람이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유'는 인간의 능력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동물들도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자유의 범위에서 보면 인간의 자유는 동물의 자유와는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는 특별합니다. 관계 맺음이라는 하나님의 형상은 홀로 발휘될 수 없는 특성입니다. 타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관계 맺음의 대상은 첫 번째가 사람이겠지만 하나님도 포함하고 동식물을 비롯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밀리오리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상호 존중과 사랑의 관계 속에서 자유와 기쁨을 느끼며 사는 삶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마치 이것을 명심하고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만약 관계 맺음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면 이것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본능대로 살지 않을 수 있는 이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능은 인간적이지 않은 나쁜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본능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관계 맺음이 그런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 신앙과 신학은 하나님의 형상을 그리스도의 형상과 삼위일체의 형상으로 해석하게 된다. (기독교조직신학 개론, 256)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형상은 정말 중요한 신학 주제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스도의 형상은 바로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형상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교 교리 중 가장 중심 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삼위일체론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물리적 실체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않는 그 성질 때문에 눈에 드러나는 사건도 있습니다. 삼위일체라는 하나님의 존재 특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 특성대로 지음 받은 사람의 행동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특성은 눈에 보이는 특성이 됩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이해한다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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