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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세계] 지옥에서도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다_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설왕은 2020. 8. 12. 06:50

* 2020년 기준으로 출판된 지 50년 이상 된 책의 문장 세 개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 봅시다.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출판사: 아이서브, 2001년 출판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1969년에 나온 책입니다.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로 2차 세계 대전 중에 아우슈비츠에 감금되어 수용소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모진 고초를 당했고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죽는 일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면 되거든요. 살 생각을 안 하고 잠시 딴생각을 하면 목숨이 달아날 수 있습니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는 것은 위기의 순간에 항상 정신집중을 해서 살 생각을 했다는 것이고, 살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이 그를 살게 했을까,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수용소 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특별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죠. 단순히 폭력과 전쟁만 있던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역사상 그런 시기는 많았죠. 그러나 홀로코스트가 일어나던 시기는 하느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희망이 사라진 시간이었습니다. 

 

고전의 세계,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첫 번째 문장입니다. 

 

1. 무릇 삶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고통에도 의미가 없을 수 없다. (120)

 

이 문장을 조금 더 쉽게 기억하려면 "삶에 의미가 있다면 고통에도 의미가 있다"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프랭클 박사가 고통에 의미가 없을 수 없다고 서술한 이유는 사람들이 보통 고통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통은 나쁜 것이고 고통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고통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삶에는 기본적으로 고통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고통이 없는 삶은 없습니다. 저 사람은 아무런 근심과 고통이 없을 것 같아, 하고 생각되는 사람도 삶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삶에 의미를 찾은 사람이라면, 고통의 의미도 찾을 수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것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고통을 견딜 이유도 생기는 것입니다. 때로는 자신이 살아야 할 그 이유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아우슈비츠" Image by Peter Tóth from Pixabay  

 

프랭클 박사는 아우슈비츠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끔찍하고 열악한 수용소 생활 속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했습니다. 그도 살아야 할 이유가 필요했는데요.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답을 내놓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보편적 답에 대해서 동의하기가 쉽지 않고요. 그리고 보편적 답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피부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프랭클 박사도 삶의 의미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보편적 답을 내놓는데요. 너무 일반화된 답이라서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프랭클이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는 책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것 역시 큰 범주에서는 사랑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구체적인 삶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각자가 찾아야 합니다. 누가 대신 찾아줄 수 없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고통을 견뎌내야 할 이유도 생깁니다. 

 

만약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고통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면 그 사람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입니다. 또는 삶이 고통스럽기만 한 사람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입니다. 살아남는 것은 늘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니까요. 

 

2. 당신의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179)

 

이 문장은 정확히 말하면 "삶의 의미를 찾아서"의 글에 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간추린 로고테라피"라고 부록처럼 덧붙인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문장입니다. "이생망"이라는 말이 있죠.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그 정도로 상황을 개선할 뾰족한 묘수가 없고 삶이 그냥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갈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인데요. 프랭클 박사는 그러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생망이 아니라 지생망, 즉 지난번 생은 망했다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생망이었으니까 이번 생은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조언합니다. 시간이 반복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제가 본 것 중에는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가 시간이 반복되는 영화였고요. 진짜 옛날 영화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영화 중에는 "어바웃타임"이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주인공들은 하루를 반복해서 살거나 또는 과거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서 삶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하루 사이에도 그 삶이 달라지고 물론 긴 시간이 누적되면 삶의 변화는 더 커지죠.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합니다. 우리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그저 삶은 제멋대로 흘러간다고 여기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아니죠. 아닙니다. 나의 선택에 따라서 나의 오늘의 삶도 달라집니다. 

 

이생망의 자세는 될 대로 되라의 삶입니다. 어차피 이생망이니까요. 하지만 지생망의 자세로 이번 생을 반성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선택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간다면 이번 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랭클의 말은 이런 뜻입니다.

 

"지생망이었으니까 이번 생은 기회를 한 번 더 받은 거야. 그러니까 집중해라."

 

3. “강제수용소가 다른 건 다 강탈할 수 있어도 인간이 가진 마지막 자유, 즉 어떤 주어진 상황하에서 또 다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자유만큼은 건드릴 수 없다.” (117)  

 

프랭클의 주장 중 가장 파격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순간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보통 사람들이 하면 별로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우슈비츠에서 갇혀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또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본 프랭클 박사가 하는 경우는 다르죠. 감옥에 갇혀 있는데 무슨 자유가 있어, 라고 물어볼 분이 계실 텐데요. 프랭클 박사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죠. 내가 아우슈비츠에 갇혀 봤는데, 그런데 거기서도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어, 라고 말을 하면 반박을 하기 불가능합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인간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은, 인간은 지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그 말은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어떤 순간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자유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인간은 하늘을 날 수는 없습니다. 하늘을 날 자유가 없죠. 또 물속에서 숨을 쉴 수도 없습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자유가 없죠. 인간의 자유는 무한하지 않고 언제나 조건이 있습니다. 제한 조건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지만, 제한 조건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프랭클의 말은 제한 조건이 많더라도 인간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몇 분 후면 교수형에 처하게 될 사형수도 자신이 어떤 태도로 죽음을 받아들일지 그 태도를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자유의 제한 조건이 많더라도 자유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가끔 그런 말을 하는데요. "나는 ~할 수밖에 없어." 주어진 상황 때문에 자신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당구공이 아닙니다. 운동 법칙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자유가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자유가 있었다면 이 세상에서 자유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쉬우면서도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책입니다. 중학생 정도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책이지만 쉽다고 무시할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나온 구체적 삶의 지혜이며, 죽을 때까지 곱씹어 보면서 실천에 옮길만한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1. 무릇 삶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고통에도 의미가 없을 수 없다. (120)

2. 당신의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179)

3. 강제수용소가 다른 건 다 강탈할 수 있어도 인간이 가진 마지막 자유, 즉 어떤 주어진 상황하에서 또 다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자유만큼은 건드릴 수 없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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