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신학노트]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설왕은 2021. 2. 5. 06:49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대하는 기본자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경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말은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일 것 같습니다. 사랑이 설명하기 쉬운 단어는 아닌데 그래도 친숙한 단어이고 대충 느낌이 오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늘 하는 것이죠. 사랑이란. 그런데 경외는 아닙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표현 외에 다른 데서 경외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경외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야레(יָרֵא)입니다. 기본 의미는 '두려워하다', '존경하다'의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성경 구절은 잠언 9장 10절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잠 9:10, 새번역)

 

'경외하다'를 뜻하는 헬라어는 포보스(φόβος)입니다. 이것 역시 의미는 '두려워하다', '부적절하다고 느껴서 물러서다' 정도입니다. 포보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공포의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보스가 나오는 대표적인 성경 구절은 빌립보서 2장 12절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빌 2:12, 개정) 

 

중국글자 말로 경외(敬畏)는 '공경할 경'에 '두려워할 외'자를 씁니다. 공경하고 두려워한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말로 그냥 '두려움'이라고 해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굳이 경외라고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나 헬라어, 또는 한자를 가지고 뜻풀이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모두 다 두려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차라리 그리스 신화에서 공포의 신 포보스가 전쟁의 신과 미의 여신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가지고 의미를 더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려움'은 하나님을 대할 때의 독특한 자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두려움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때가 많은데 하나님을 대할 때의 두려움은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를 모두 갖습니다. 

 

Image by Steve Buissinne from Pixabay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에 사자나 귀신을 본다면 두려움에 빠질 것입니다. 그 두려움은 사자와 귀신을 나를 해하거나 죽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부정적인 두려움이죠.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에는 이런 두려움도 포함됩니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하나님이 나의 생명을 취하실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절대자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은 부정적인 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무서운 능력이 있는 분이지만 동시에 나에게 생명을 준 분이거든요. 나를 사랑하는 분이고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부정적인 두려움만으로 대할 수 있는 분은 아닙니다. 긍정적인 두려움이 있습니다.

 

Aphrodite, Ares and infants Eros and Phobos, Greco-Roman fresco from Pompeii C1st A.D.,  Naples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그리스 신화가 도움이 됩니다. 공포의 신 포보스의 어머니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인데요. 우리는 때로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기서 느끼는 두려움은 내가 그 아름다운 것에 어울리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아서 뒤로 물러서는 두려움을 의미합니다. 죽음은 생명에서 소외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래서 두려운 것이죠. 궁극적인 진, 선, 미를 대할 때도 우리는 비슷한 것을 느낍니다. 그것과 우리는 다르니까 소외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때 느끼는 두려움이 긍정적인 두려움이죠. 나를 해친다기보다는 나와 어울리지 않아서 내가 함께 할 수 없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경외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경외는 더 적극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어울리지 않아서 뒤로 물러서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가지 행동을 요구합니다. 그러니까 성경에 어떤 구절이 나오냐면, 세상살이가 두려울 때 해결방법으로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세상에서 나를 두렵게 하는 존재가 있을 때 또 다른 두려움을 통해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말은 하나님 앞에 서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하나님이 내 앞에 계신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입니다. 

 

“[11] 젊은이들아, 와서 내 말을 들어라. 주님을 경외하는 길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겠다. [12] 인생을 즐겁게 지내고자 하는 사람, 그 사람은 누구냐? 좋은 일을 보면서 오래 살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은 또 누구냐? [13] 네 혀로 악한 말을 하지 말며, 네 입술로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14] 악한 일은 피하고, 선한 일만 하여라. 평화를 찾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 (시편 34:11-14, 새번역)

 

Image by Karina Cubillo from Pixabay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방법입니다. 악한 말을 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요.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죠. 있는 힘껏 평화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두려운 일을 당했을 때 이런 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곤경에 처했을 때는 악한 일을 해서라도 살아남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평화보다 전쟁을 택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방식입니다. 하나님이 바로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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