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노트 32

[신학노트] 거룩한 하나님과 거룩하지 않은 인간

거룩이라는 개념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개념 중에 하나입니다. 거룩하다라는 말을 사람들은 도덕적인 고결성 정도로 이해할 때가 많습니다. 거룩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이런 이해에 따르면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사는 사람이 거룩한 삶을 산다고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거룩함이라는 것은 도덕적으로 완전한 삶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이 가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도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시금 직면해야 합니다. 도덕적인 삶, 윤리적인 삶이 무엇인지 우리는 다시금 정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도덕이라는 것도 정의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의 기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게 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아무도 도덕..

신학자의 노트 2019.08.11

[신학노트]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성부수난설과는 다릅니다. 물론, 의미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말입니다. 전자는 한글 표현이고 후자는 한자표현이네요. 성부수난설은 기독교의 정통교리가 아닙니다. 이단으로 배척받는 교리입니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재조명받고 있는 표현입니다. 성부수난설이 이단으로 배척받는 이유는 단순하게 말하면 이 이론은 삼위일체론을 배격하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것은 또 신봉합니다. 그러면 예수가 곧 하나님인데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말은 곧 하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희한한 결론이죠. 이는 20세기에 유행한 신죽음의 신학과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부수난설에 따르면 신은 죽..

신학자의 노트 2019.08.02

[신학노트] 속죄론의 구분

속죄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틸리히는 이를 객관적인 유형과 주관적인 유형으로 나눕니다. 1. 아울렌의 승리자 그리스도 이론(객관적 유형), 오리겐의 속죄론과 유사 하나님과 사탄 사이의 우주적 전투 사이에서 인간은 죄를 짓고 사탄의 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고 그리스도는 무죄한 자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사탄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고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사탄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성서에 보면 그리스도가 사탄으로부터 승리했다는 구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오리겐의 주장은 이러한 성서 구절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아울렌의 승리자 그리스도론도 하나님과 사탄의 우주적 전투에서 그리스도가 최종 승리한 것을 객관적으로 주장하는..

신학자의 노트 2019.07.31

[신학노트] 중생과 칭의, 그리고 구원

중생과 칭의라는 말 자체가 어렵습니다. 중생은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이고 칭의는 의롭다 여김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중생은 Regeneration 칭의는 그냥 Justification입니다. 우리말과 완전히 같은 뜻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지속된 논쟁 중의 하나가 디시 태어남이 먼저냐 아니면 의롭다 함이 먼저냐 입니다. 두 가지 주장 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언어 습관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너 정말 이제 새롭게 거듭나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 말에는 거듭남에는 자신의 의지와 행동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다시 태어남의 의미는 태어남..

신학자의 노트 2019.07.28

[신학노트] 하나님 나라의 의미_폴 틸리히

하나님 나라의 의미에 대해 신학자 폴 틸리히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폴틸리히 조직신학 V, 97-98) 1. 정치적인 의미 정치적인 의미로서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 영역이 아닌 하나님의 통치력 자체를 의미합니다.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으로서 새로운 현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의 정치적 의미는 우주적 상징으로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하나님은 왕으로서 상징화되는데 이는 특별한 정치적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왕'은 하나님 나라의 중심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사용될 뿐입니다. 틸리히는 하나님 나라의 왕은 이중적인 상징화라고 표현합니다. 2. 사회적인 의미 사회적인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는 평화와 정의의 관념을 포함합니다. 이 의미는 정치적인..

신학자의 노트 2019.07.26

[신학노트] 믿음이란 무엇인가? (마틴 루터)

마틴 루터는 믿음의 주체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믿음의 기본 구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믿음은 믿음의 주체가 있고 믿음의 대상이 있습니다. 루터는 주체적인 믿음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루터에게 있어서도 믿음은 주체와 대상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복음서에 나온 예수의 행적에 대해 모두 믿는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예수가 물 위를 걷고 죽은 사람을 살리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한 것을 모두 믿는다면 그것이 정말 믿음일까요? 이런 믿음은 흔히 말하는 지적인 동의에 불과합니다. 마치 2+2=4라는 것을 믿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어떤 사실이 역사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루터는 이런 믿음이..

신학자의 노트 2019.04.18

[신학노트] 믿음이란 무엇인가? (믿음의 기본 구조)

믿음에는 기본 구조가 있습니다. 믿음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의식에는 기본적인 구조가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현상학을 만든 후설은 인간의 의식은 항상 그 대상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믿음은 당연히 인간의 의식에 포함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후설의 현상학은 하이데거를 비롯한 후설 이후의 현상학자들에 의해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인간 의식에 관한 기본 구조, 즉 의식은 항상 그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별다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현상학의 기본 전제와 같은 주장이지만 사실 인간의 정신적 작용에는 그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은 수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주목해 왔습니다. 믿음에는 항상 믿음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이론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사항입니다. 믿음은 단지 인간의 내적 작용에 ..

신학자의 노트 2019.04.18

[신학노트] 본회퍼의 "값싼 은혜"

본회퍼의 "값싼 은혜"는 많이 회자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표현이기는 합니다. 은혜가 싸구려 취급당한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싸구려 취급한다는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고 소홀히 여긴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그런 의미도 있지만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를 읽어 보니 정교하게 이해할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는 “값싼 은혜는 회개 없는 용서의 설교요, 공동체의 징계가 없는 세례요, 죄의 고백이 없는 성찬이요, 개인의 참회가 없는 죄 사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를 따르라, 김순현 역, 31-32) "값싼 은혜"라는 말로 본회퍼는 죄를 가볍게 여기는 것에 대해 언급합니다. 죄인의 의로움이 아니라 죄의 의로움을 말하는 것이 곧 값싼 은혜라고 설명합니다.(..

신학자의 노트 2019.04.15

[신학노트] 믿음이란 무엇인가? (일반적 의미)

믿음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충분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나 어떤 것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항상 믿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실하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인간이 신을 인간의 감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존재라고 전제한다면 신의 존재 증거는 절대로 확보할 수 없습니다. - 신은 인간의 감각으로 감지될 수 없다.- 인간의 감각으로 감지되는 신의 존재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첫번째 진술에 의하면 두번째 진술 즉 신의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증거 자체가 신은 인간의 감각으로 감지될 수 없다는 전제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감각으로 감지되는 신의 존재 증거는 ‘진짜 신’의 존재 증..

신학자의 노트 2019.04.12

[신학노트] 원죄(Original Sin) 아직도 유효한가?

원죄는 아우구스티누스가 5세기에 확립한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리입니다. 원죄는 말 그대로 인간은 원래 죄가 있다는 뜻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죄가 없는 인간은 없다는 뜻기 되기도 하고요. 그당시 서방 세계에서는 원죄라는 개념이 거의 정론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을 어떨까요? 사람들이 원죄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원죄를 인정하기에는 논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사실 원죄의 핵심 개념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하죠. 인간이 원래 죄가 있다면,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도 죄가 있다면 그 죄는 어디서 시작하는 걸까요? 성경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성경을 모르더라도 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아담이 죄를 짓고 그 죄가 원..

신학자의 노트 2019.03.21

[신학노트] 삼위일체, 그리스도인의 신앙 경험

삼위일체 교리의 중요성 기독교 교리 중 제일 중요한 교리는 삼위일체입니다. 삼위일체는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 경험을 한 마디로 표현한 핵심적 진술입니다. 현대 기독교의 제일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삼위일체 신앙의 붕괴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를 무시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교리를 무시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초대의 기독교인들과 신학자들의 '신 경험'을 무시하는 것이고 기독교 전통의 핵심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논리적 진술이 아닙니다. 경험적, 체험적 진술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예수의 인성과 신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교리입니다. 예수의 인성과 신성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인정되었습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경험했..

신학자의 노트 2019.03.11

[신학노트] 구원이란 무엇인가

구원의 의미 구원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교회에서 구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많이 합니다.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는 우스개 소리로 그런 말을 합니다. "아니 주려면 십원을 주지 왜 구원을 줍니까?" 이 말은 우스갯소리지만 생각해 볼 만한 말입니다. 우리에게 구원은 그냥 하나의 기호로 이름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우리는 구원의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교회에서는 금기시하기도 합니다. 교회에서 목사님이 "예수를 믿어야 구원받습니다."라고 말씀을 전하면 청중은 "아멘"하고 화답할 뿐입니다. "그런데, 구원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수 없죠. 구원에 대해서 더이상의 질문이나 더 이상의 설명이 없습니다. 그냥 건드리면 ..

신학자의 노트 2019.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