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 13

[책] 19세기적 논쟁은 이제 그만_알리스터 맥그래스 "과학과 종교"

이 책의 활용법에 보면 맥그래스는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닌 입문서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맥그래스의 "과학과 종교"를 다 읽고 나서 나는 맥그래스가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잘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입문서이지만 교과서로 쓰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즉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가도 기초적인 내용을 잘 섭렵할 수 있습니다. 책은 크게 네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역사: 3대 기념비적 논쟁 2부, 과학과 종교: 일반적인 주제 3부, 과학과 종교: 현시대의 논쟁 4부, 과학과 종교 분야의 사례 연구 특별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1부와 2부였습니다. 1부에서는 기념비적 논쟁 세 가지를 다루면서 과학과 종교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했는지 역사를..

이 책 어때? 2021.02.26

[신학노트] 이신론이란 무엇인가?

이신론은 약한 신론이다 이신론은 약한 신론입니다. 반면에 기존에 있던 신론은 강한 신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음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신론은 theism이고 이신론은 deism입니다. 뜻은 똑같습니다. 신에 대한 이론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theism은 발음이 세고 deism은 발음이 약하죠. theism은 사사건건 모든 일에 개입하는 신을 주장하는 이론이고 deism은 신이 있는 것은 인정하되 신이 모든 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론이죠. 맥그래스에 따르면 이신론이라는 단어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일부 영국의 사상가들이 가졌던 신론을 일컬을 때 사용했던 단어라고 합니다.(맥그래스, "과학과 종교", 48.) 18세기가 이성의 시대였기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할 때 '이신..

신학자의 노트 2021.02.23

[신학노트] 과학과 종교의 관계_독립에서 시작하여 대화로

전투를 원하는 자들을 조심하라 과학의 종교의 관계는 적대적 관계가 되어선 안됩니다. 대립 관계, 갈등 관계, 전투 관계가 되어선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종교의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 극단적인 사람들의 의도는 공동체의 유익이 아닙니다. 과학이 종교를 핍박하든지 혹은 그 반대로 종교가 과학을 핍박해서 그 결과로 둘 중에 하나가 괴멸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그렇다면 공동체 혹은 인류의 번영이 이루어질까요? 아닙니다.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고 어느 한 편이 다른 쪽을 완전히 짓밟아 버린다면 어..

신학자의 노트 2021.02.21

부자의 문제_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중에서

"돈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유일한 새로운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어려우면서도 부질없는 문제뿐이다. 이리하여 부자의 도덕적 기반이 발밑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른바 '수단'이란 것이 늘어갈수록 삶의 기회들은 줄어든다. 사람이 부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교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가 가난했을 때 품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35)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원합니다. 그런데 소로우가 주장하는 바는 독특합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주장하는데요. 그 문제는 바로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돈이 많으면 그 고민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부자는 실제로 돈을 여기저기에 쓰게 되는데 그럴..

이 책 어때? 2021.02.19

[철학하나] '파토스'란 무엇인가?

'파토스'는 다음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기본 의미) [철학] 격정, 열정, 노여움 따위의 일시적인 정념의 작용. 2. [문학] 말이나 글 속에 깃든 비장감(悲壯感). 파토스는 영어로 pathos라고 하는데요. 영어로 pathos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연민의 정[동정심]을 자아내는 성질[힘]; 비애감[조], 페이소스 2. (미학에서) 예술 작품의 감정적·주관적 요소, 파토스. 다음사전에서는 다음의 문장을 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 그의 시에는 혁명적 파토스가 넘친다. 옥스포트 사전에 따르면 pathos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in writing, speech and plays) the power of a performance, descri..

철학하나 2021.02.19

[책] 힘을 포기하고 평화를 회복하라_존 하워드 요더 “예수의 정치학”

존 하워드 요더(1927-1997)는 “예수의 정치학”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하고 있습니다. 첫째, 예수의 삶과 가르침은 우리에게 윤리적 모범을 제시하고 있는가? 둘째, 예수가 윤리적 내용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치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가 , 아니면 그저 개인적인 영역에만 관련된 것인가? 셋째, 예수가 우리에게 보여준 윤리적 삶의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요더의 답변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요더는 이 책에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우리에게 분명한 윤리적 모범을 제시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보면 요더의 주장이 새로울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예수의 정치학"이 출간되었던 1972년의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20세가 후반에 일어나서..

이 책 어때? 2021.02.18

[책] 사실과 의미는 서로 다른 것이다_알리스터 맥그래스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의 중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실과 의미는 다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은 의미를 찾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책의 제목이 내용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신학자입니다. 그리고 그는 2000년을 전후로 해서 아마도 가장 많은 글을 쏟아내고 있는 신학자 중에 한 사람입니다. 글을 많이 쓰면 역시나 글을 재밌게 쓰는 능력도 더 발전하기 마련이죠. 이 글 역시도 과학과 종교라는 어렵고도 범위가 매우 넓은 주제를 흥미롭고 논리적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맥그래스가 쓴 책 중 Christian Theology: An Introduction이라는 책이 있는데 2016년에 6th edition이 나왔고 신학교..

이 책 어때? 2021.02.08

[고전의세계] 오늘 엄마가 죽었다_카뮈 "이방인"

*** 세 개의 문장으로 고전을 들여다봅니다. 2020년 9월 10일. 작년 크리스마스쯤에 썼던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나의 감상문을 읽어 보았다. 제목은 "중2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였는데 지금 읽어 보니 카뮈에 대한 나의 평가가 다소 야박했던 것 같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를 그저 중2와 같은 반항심 많은 사람 정도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나는 카뮈를 좋아한다. 내 블로그의 이름을 Happy 시시포스라고 지은 것도 시시포스 신화에 대한 카뮈에 해석에 의해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뮈의 대표작들은 이미 읽었지만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또 읽어 볼 생각이다. 내 생각에 카뮈는 20세기 초반에 사람들이 당면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지금은 21세기이기 때문에 20세기의 문제에..

이 책 어때? 2021.02.08

[성화설교] 상처와 별_시편 147:1-11

제목: 상처와 별 『[1] 할렐루야 우리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 선함이여 찬송하는 일이 아름답고 마땅하도다 [2]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며 [3]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4] 그가 별들의 수효를 세시고 그것들을 다 이름대로 부르시는도다 [5] 우리 주는 위대하시며 능력이 많으시며 그의 지혜가 무궁하시도다 [6] 여호와께서 겸손한 자들은 붙드시고 악인들은 땅에 엎드러뜨리시는도다 [7] 감사함으로 여호와께 노래하며 수금으로 하나님께 찬양할지어다 [8] 그가 구름으로 하늘을 덮으시며 땅을 위하여 비를 준비하시며 산에 풀이 자라게 하시며 [9] 들짐승과 우는 까마귀 새끼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도다 [10] 여호와는 말의 힘이 세다 하여 기뻐하지 ..

짧은 설교 2021.02.07

[신학노트]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대하는 기본자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경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말은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일 것 같습니다. 사랑이 설명하기 쉬운 단어는 아닌데 그래도 친숙한 단어이고 대충 느낌이 오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늘 하는 것이죠. 사랑이란. 그런데 경외는 아닙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표현 외에 다른 데서 경외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경외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야레(יָרֵא)입니다. 기본 의미는 '두려워하다', '존경하다'의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성경 구절은 잠언 9장 10절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잠 9:10, 새번역) '경외하다'를 뜻하는 헬..

신학자의 노트 2021.02.05

[SK] 믿음은 쉬운 게 아니야_키에르케고르 "공포와 전율"

쇠얀 키에르케고르/임춘갑 옮김 "공포와 전율" (도서출판 치우, 2011) 키에르케고르의 대표적인 저서 중 하나입니다. "공포와 전율"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요. 제목이 무시무시하네요. 왜 제목을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서를 그냥 직역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요. 키에르케고르는 빌립보서 2장 12절에 나온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에서 "두렵고 떨림"을 떼어 와서 제목으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말 번역본도 "두렵고 떨림"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 번 읽어봐야지 늘 생각했던 책인데 드디어 오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어제 사서 오늘 다 읽었네요. 철학자가 쓴 책이라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성경에 익숙해서 빨..

이 책 어때? 2021.02.03

[한국단편소설] 하늘의 별은 땅 위의 이슬과 같다_황순원 "별"

한국 근현대 소설은 참 우울합니다. 신나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전후의 전쟁 같은 삶. 문학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니까 현실의 암울함을 훌쩍 털어버릴 만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두 발을 다 현실 안에 제대로 내리고 나온 작품이라면 당시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라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텐데, 일제강점기 시대의 작품은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압제자는 없는데 사람들의 삶은 모조리 비참하죠. 괴롭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스스로 어디가 모자라서 괴로운 것처럼, 가해자 없는 피해자들의 비참함을 글을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이 즐거울 턱이 없습니다. 황순원의 "별"은 1941년에 발표된..

한국단편소설 2021.02.02

[소설_그3] 박완서 "그 남자네 집"_첫사랑 그 남자, 사랑은 했니?

책의 뒤표지에 "생애 마지막까지 직접 손보고, 다듬고, 매만진 아름다운 유작"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 남자네 집"이 무엇이 그리 특별하기에 "그 남자네 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었을까, 하고 궁금했는데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야 그 남자가 소설의 화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습니다. 그 남자는 이 소설 속의 '나'의 첫사랑입니다. 안 그래도 나는 참 눈치가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종종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네요.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것은 과연 소설인가, 수필인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작가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어서 박완서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는데, 이 작품 속의 '나'는 제가 조금 알고 있던 박완서 작가에 ..

이 책 어때?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