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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1975)_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저자를 알지도 못했고 제목도 처음 들어 본 책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낡은 책은 내 손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거부감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프랑스 소설이 아닌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금방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가의 재주이다.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 화자가 10대의 소년이라서 그의 말이 어렵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속 '나'는 10대 일지 모르나 작가는 훨씬 더 나이가 든 사람이기 때문에 10대의 말투를 가진 아저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말은 쉽고 말에 담긴 뜻은 깊었다. "자기 앞의 생"은 ..

이 책 어때? 2023.01.27

[책] 스티븐 제이 굴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_우연의 힘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좀 버거운 책이다.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과 설명을 다루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주 전문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버제스 혈암에 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진화론 학자나 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것일지도 모르나 일반인에게는 들어도 들어도 생소한 이름이다. 제목으로 봐서는 아주 재밌을 것 같은데 내용이 꽤나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정말 유명한 생물학자이다. 책 앞날개에 나온 소개를 인용하자면 굴드는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자"이다. 우리나라에서보다 미국에서 훨씬 유명한 생물학자이며 매스컴도 많이 탄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이 책 어때? 2023.01.24

[책]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진화"_느낌이 모든 것을 이끌었다

제목이 아주 흥미롭다. "느낌의 진화"라... 느낌이 있는 제목이다. 책에서는 저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심리학자로 소개하고 있지만 다양한 학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인 것 같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 겸 뇌과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면서 신경과 전문의이고 신경과학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보니, 심리학자라는 칭호보다는 신경과학자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저자 소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다마지오가 꽤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디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마구 서술한 것이 아니라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이 책은 꽤 믿을 수 있는 책이다. 원제는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이 책 어때? 2023.01.18

[책]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_진화론에 대한 정확한 설명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는 다윈의 이론을 제대로 설명한 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건들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해석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굴드는 이 책에 있는 온갖 이질적인 에세이들은 다윈의 생물관을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1) 이 책에 나온 여러 글은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이러한 생물관"이라는 제목으로 Natural History Magazine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놓은 것이다. 오래전 글이어서 재미없을 것 같지만 굴드는 어려운 이론을 재밌게 하는 재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글재주는 믿어도 괜찮다. 굴드는 이 책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다윈의 진화론은 심각하게 오해되어 왔다. 특별히 다윈의 ..

이 책 어때? 2023.01.06

[책]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_그래서 인간이 어떻게 된다고?

https://youtu.be/w_QbOY4vixI 꽤나 유명한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제목 때문에 끌렸다. 호모 데우스라... 신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신적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을 예언하겠다는 것 같은데 꿈이 거대해서 좋다.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다. 호모 사피엔스 다음에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호모 데우스의 부제는 "미래의 역사"이다. 미래는 예측해야 하는 것이라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한데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책은 제목은 아무렇게나 지어도 큰 상관이 없다. 모순이면 어떠한가, 작가가 유명한데. 다들 작가의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일단 책을 펼치기 전에..

이 책 어때? 2023.01.06

[책] 찰스 다윈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_아직도 다윈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1859년에 나온 책이다. "종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책이다. 다윈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책을 냈을 것 같기는 한데 19세기에 인류가 얻는 가장 큰 지식은 진화론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종의 기원"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책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이 하등의 유인원에서 진화되었다는 주장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글을 썼다. 물론 "종의 기원"은 인간이 인간이 아닌 하등 동물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이미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인간이 하등 동물에서 진화되었다는 주장은 "종의 기원"이 발표된 지 12년 후에 출판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1871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정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이 책 어때? 2022.12.30

[한국단편소설] 박완서 "조그만 체험기"_원한이라는 미세먼지

나는 늘 읽을 만한 소설을 찾는다. 읽을 만하다는 표현을 작가들이 들으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작품 하나를 쓰려면 꽤 많은 고민과 수고를 들여야 할 텐데, 그 노력의 산물을 몇 문장 읽어 보고 읽을 만하다 그렇지 않다고 평가를 내리는 것이 너무 매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에 글은 참 많은데 읽으면 마음도 따뜻해지고 새로운 정보도 얻고 깨달음도 얻고 빛도 발견하고 그런 글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은 바라는 것이기도 하리라. 어쨌든 읽으면 도움이 되는 글을 찾고 싶다. 그래서 아직도 작가를 찾고 있다. 며칠 전에 단편 소설을 하나 읽다가 또 그만두었다. 소재는 참신한데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인물이 있어서였다. 나는 아무리 소설이라도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

한국단편소설 2022.12.27

[한국단편소설] 이범선 "표구된 휴지"_국보급 휴지라...

1972년 에 발표한 이범선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배경은 1960년대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생소한 주제이다. 요새는 표구를 잘 하지 않는다. 가끔 길거리에 표구집이라고 아직 남아 있기는 한데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표구는 그림이나 글씨를 액자에 넣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액자에 넣을 것이라면 왜 표구사에 맡기겠는가. 특별한 꾸밈이 있다는 말이다. 요새처럼 글자와 사진, 그림이 넘쳐나는 시대에 표구를 만들어서 집에 걸어 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이미 기성품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고 보통은 표구로 대단히 꾸밀 만한 글이나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니 제목 자체가 벌썬 옛날 느낌이 난다. 나는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정말 하나도 짐작을 못..

한국단편소설 2022.12.20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필묵장수"_버선과 매화

황순원의 "필묵장수"는 1955년 "현대문학"에 처음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필묵장수로 나온 주인공 서노인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다. 필묵장수는 말 그대로 붓과 먹을 팔러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지금이야 필묵장수를 찾을 수 없지만 1950년대만 해도 필묵장수가 꽤 있었나 보다.   서노인은 원래부터 필묵장수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 글씨공부도 많이 하고 묵화도 배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배운 것으로 통 빛을 못 봐서 결국은 생계를 위해서 필묵장수로 나섰다. 주인공 이름부터 서노인이니 얼마나 그 일을 오래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50년대라고 하지만 필묵장수가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서노인의 삶은 궁핍했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 붓과 먹을 팔러..

한국단편소설 2022.12.17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소나기"_기억하고 싶은 세 문장

1953년 "신문학"에 발표된 황순원의 단편소설이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교과서에 실린 소설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매우 좋아했던 소설이고 한국 대표 단편 소설이라고 하면 첫 번째로 꼽을 정도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대강의 줄거리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 시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글 좋은 영화 좋은 그림 좋은 음악은 다시 보고 들어도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다시 잃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이 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좋은 느낌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가치를 깨닫고 나서 좋은 소설을 찾아서 읽고 싶었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은 참 많..

한국단편소설 2022.12.11

[책]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_나도 나무를 심고 싶다

도서관에서 볼 만한 책을 찾다가 좋은 제목을 가진 작은 책이 눈에 띄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를 심는 일은 거의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다. 어떤 행동이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선한 행동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선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조용히 공부하는 곳에서 노래를 부른다면 그 노래가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라고 하더라도 선한 행동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나무를 심는 일은 거의 늘 언제나 옳은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찾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대환경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 나무를 심는 일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장 지오노"라는 사람인데 모르는 사람이었다. 책을 펼쳐 보니 글자가 많지 않고 중간에 그림..

이 책 어때? 2022.11.28

[세계단편소설] 기 드 모파상 "목걸이"_허영심의 대가와 찜찜함

모파상의 "목걸이"는 찜찜한 소설이다. 예전에 읽을 때도 찜찜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도 여전히 찜찜했다. "목걸이"는 허영심 많은 르와젤이라는 여인이 친구로부터 비싼 목걸이를 빌렸다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일이야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목걸이가 터무니없이 비쌌다는 것이다. 그래서 르와젤과 남편은 10년 동안 그 목걸이의 빚을 갚느라 엄청난 고생을 한다. 르와젤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었지만 10년의 고생으로 인해 폭삭 늙어 버린다. 10년이 지난 후 르와젤은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목걸이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을 읽고 찜찜했던 이유는 모파상이 이 작품을 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고..

세계단편소설 2022.09.29

[세계단편소설] 이반 투르게네프 "밀회"_사건보다는 배경

'밀회'는 러시아 최고의 문장가라는 불리는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의 단편 소설이다. 러시아 최고의 문장가라는데 왜 나는 모르고 있었을까? 투르게네프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배웠다. 특이하게도 투르게네프는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 이후에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아마 처음에는 작가보다는 교수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1850년에 고골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가 정부 당국으로부터 핍박을 받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투르게네프의 작가적 명성은 더 높아졌다. '밀회'를 처음 읽었을 때는 '뭐, 이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내'가 숲 속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어떤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는 것을 엿듣..

세계단편소설 2022.09.13

[책]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_우린 죽은 거야

다나베 세이코가 쓴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는 같은 이름의 영화 때문에 잘 알려진 책이다. 그 전에도 다나베 세이코는 유명한 작가였다고 한다. 나는 몰랐지만... 하긴 일본 작가 중에 아는 작가가 거의 없는 것 같다. 1928년에 태어난 다나베 세이코는 많은 작품을 썼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도 많이 받았고 후배 작가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로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수상 경력이 화려해서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보고 원작은 어떨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내가 영화를 보고 원작을 찾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 강렬했다. 처음에는 영화에 원작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냥 참 대..

이 책 어때? 2022.07.29

[책]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_의미와 소리를 결합한다

이 책은 노암 촘스키가 쓴 인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에 읽으려고 빌렸다가 초반 부분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어서 한꺼번에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는데 다시 빌려서 보았다. 중간에 그만두었던 이유는 언어학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영어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잘 와닿지 않았고 왜 이것을 설명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언어란 무엇인가? 2.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3. 공공선이란 무엇인가? 4. 자연의 신비: 얼마나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1장과 4장이 흥미로웠고 3장은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좀 따로 노는 장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촘스키의 답변은 명료하다. 인간은 언어를 가진 ..

이 책 어때? 2022.07.26

[책] 아빠의 첫 돈 공부_돈을 노예로 삼아라

경제, 특별히 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돈 공부'를 위해서 읽어본 책. 사실은 유명한 책을 읽어 보려고 했다. '부자 아빠'로 시작하는 책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대출 중이어서 무작정 도서관에 갔다. 비슷한 책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가서 찾아보니 정말 비슷한 책이 많았다. 동네 앞 작은 도서관에 돈에 관한 책이 많아서 놀랐다.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많이 보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한 디자인에 시원시원한 줄 간격, 그리고 어렵지 않게 쓴 내용 덕분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돈 자랑이나 자기 자랑도 좋은 양념이 되었다. 중간에 삽화도 들어가고 단색 인쇄가 아닌 칼라 인쇄였다. 한마디로 책을 만드는 데 돈이 좀 들어간 책이다. 제목이..

이 책 어때? 2022.07.25

[한국단편소설] 박경리 "불신시대"_한 발자국 더 가까이

박경리의 "토지"를 읽어보고 싶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열두 권짜리 장편 소설. 아직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긴 이야기가 필요할까? 그래도 다들 추천을 하는 명작이라서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작하면 과연 끝을 낼 수 있을까?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열두 권을 읽으려면 열심히 읽어도 한 달은 걸릴 텐데, 그 정도 가치가 있을까? 좋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의미를 전달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면에서 좋다는 것이지 그 안에 흐르고 있는 사상과 철학이 나에게 도움을 줄까? 여러 가지 의문과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토지"는 "죽기 전에 읽어야 할 텐데 읽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가진 책 목록의 1번 책이다. 그래서 박경리의 ..

한국단편소설 2022.07.21

[세계단편소설] 알퐁스 도데 "산문으로 쓴 환상시"_왕자란 아무것도 아니군요

단편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동화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환상시라니까 '시'인지도 모르겠다. '시'라고 한 것을 보면 아마도 천천히 읽으면서 음미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알퐁스 도데의 "산문으로 쓴 환상시"는 두 개의 작품이 하나로 묶여 있다. 하나는 "왕자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숲 속의 군수님"이다. 그리고 두 작품을 시작하기 전 알퐁스 도데는 서문을 썼다. 서문을 보면 아마도 매우 추운 날에 밖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놀면 뭐하나 하는 마음으로 두 개의 작품을 얼른 쓴 것 같다. "왕자의 죽음"은 어린 왕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은 없지만 어린 왕자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왕자는 마치 연극 배우처럼 말을 한다.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

세계단편소설 2022.07.16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_독을 품었던 늙은이

황순원 작가의 "독 짓는 늙은이"는 말할 것도 없이 수작이다. 정말 뛰어난 작품이지만 읽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일단 너무 슬프다. 이렇게 아픈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발생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희망을 품기도 어렵다. 독 짓는 늙은이인 송 영감은 아마도 곧 죽을 것이기 때문에. 슬픈 일만 잔뜩 생기다가 송 영감이 죽는 이야기인데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1950년 2월에 발표된 이 작품은 발표된 시기마저 슬프다. 조금 있으면 한국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독 짓는 늙은이"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을 들었을 때 여기서 말하는 '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 poison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늙은이는 누군가를 독살하기 위해서 ..

한국단편소설 2022.07.14

[한국단편소설] 황순원 "학"_덕재를 죽이라고?

1953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1953년이면 짐작이 가는 내용이기는 한데 과연 그 짐작이 맞을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제목이 "학"이기 때문에 분명히 학과 관련이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삼팔 접경의 이 북쪽 마을은 드높이 개인 가을 하늘 아래 한껏 고즈넉했다. 주인 없는 집 봉당에 흰 박통만이 흰 박통을 의지하고 굴러 있었다. 임시 치안대 사무소에 이르러 포승에 묶인 청년을 발견하는 성삼이. 가까이 가 얼굴을 확인한 성삼이는 깜짝 놀란다. 어렸을 때 단짝 동무인 덕재가 아닌가. 덕재를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고 나서는 성삼이. 성삼이를 데리고 가는 길에 그와 함께 했던 추억에 젖어든다. 덕재는 사람을 괴롭히고 죽일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성삼이는 덕재에게 묻는다. "이 자식아, 그동안 사람..

한국단편소설 2022.07.13